암빙벽등반

인수봉 고독길 등반 - 2013년 4월 13일

빌레이 2013. 4. 14. 03:22

친구들과 인수A길을 등반하기로 약속하고 우이동 도선사 입구에서 9시 30분에 만난다. 택시를 타고 도선사 광장에 도착하여 하루재로 향한다. 정신이와 은경이가 함께하여 셋이서 오손도손 오른다. 기송 형님이 북한산성 쪽에서 넘어와 인수봉 아래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어프로치를 끝내고 장비를 착용하기 좋은 곳에서 인수봉 동면과 남면을 올려다본다. 인수봉에 온 후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붙어 있는 듯하다. 다음날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인지, 아니면 오랜만에 날씨가 풀린 탓인지 모르지만 우리가 올라간다면 오랜 시간의 정체를 각오해야만 할 상황이다.

 

기송 형님을 반갑게 만난다. 많은 등반자들로 붐비는 속에서 인수봉 동면에 붙는다는 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인수A길은 포기하고 사람이 그나마 없을 것 같은 고독길을 등반하기로 한다. 고독길에도 앞 팀이 정체되어 있는데 알고보니 모교의 대학산악부 팀이다. 신입생이 몇 명 끼어 있는지 난이도 높지 않은 고독길에서 시종일관 정체가 심하다. 우리는 천천히 맘 먹고 정신이의 선등으로 등반길에 오른다. 두 번째 마디에서 캠이 너무 깊게 박히는 바람에 회수하지 못한 걸 제외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은 등반이다. 영자크랙에서 다시 한 번 앞 팀의 극심한 정체로 기나긴 기다림을 감수한다. 마디마다 기다림의 연속이니 등반의 즐거움은 반감된다.

 

올해 처음으로 오른 인수봉 정상은 시원한 조망을 선사하지만 강풍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다. 서면 벽으로의 하강이 걱정될 정도의 강풍이다. 우리 네 사람은 40 미터 자일 두 동으로 두 번 나누어 하강한다. 오버행 하강 구간에서는 몸이 휘청할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분다. 우리 뒤에 내려오는 다른 팀 여자 분이 거꾸로 매달리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 다행히 우리 팀의 확보지점에서 기송 형님의 도움으로 자세를 고칠 수 있었고, 자신이 내려오던 60 미터 자일을 버리고 우리가 설치해놓은 자일을 통해 무사히 하강할 수 있었다.

 

문제는 다음에도 계속 발생한다. 모 대학산악부의 여자 신입생이 오버행 하강과 강풍에 겁을 잔뜩 먹고 비명을 지르며 도와달라고 한다. 이 여학생도 다행히 우리의 확보점에서 정신이와 내가 안심을 시킨 후 무사히 하강할 수 있었다. 우리의 하강 시에도 여러 개의 자일이 세찬 바람 때문에 엉켜 있어서 자일을 풀면서 천천히 하강 해야만 했다. 대학산악부에서 왔다는 팀들의 안전불감증은 도를 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인수봉 등반 시에는 등반 능력보다 안전한 하강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위험스런 하강 장면을 대하다 보니 공연히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결과적으로 안전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지 싶다.

 

1. 오아시스에 이르는 거의 모든 루트가 초만원을 이룬다.

 

2. 하루재를 넘어서면 인수봉이 멋진 모습으로 다가온다.

 

3. 기송 형님을 기다리면서 장비 착용하는 장소에서 한 컷. 확보점마다 사람들로 붐비니 인수A길은 포기해야 한다.

 

4. 고독길로 가는 중간엔 취나드길이 있다. 이 곳에도 여러 팀이 붙어 있다.

 

5. 고독길 첫 번째 피치. 왼쪽 바위 턱을 넘어서서 크랙으로 오르면 쉽다.

 

6. 고독길 두 번째 피치는 마지막 부분에서 조심해야 한다. 이 곳에서 캠을 회수하지 못 했다.

 

7. 세 번째 피치는 동굴을 통과하거나 우회하면 된다. 아직까지 눈이 남아있다.

 

8. 네 번째 피치는 홀드가 양호하여 그리 어렵지 않다.

 

9. 다섯 번째 피치는 크랙등반이다. 크랙 사이에 발재밍을 하면 밀리지 않는다.

 

10. 우리 앞 팀인 모교의 대학산악부에서 온 학생들 중에는 신입생도 있어서 많은 정체를 빚었다.

 

11. 여섯 번째 마디는 귀바위 밑을 오르는 코스로 홀드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12. 귀바위 밑을 오르는 여섯 번째 마디의 끝은 통천문이다. 우리 뒤에도 두 팀이나 밀려있다.

 

13. 일곱 번째 마디는 넓은 크랙 구간으로 양쪽 벽면을 밀면서 스태밍 자세로 오르면 편하다. 

 

14. 여덟 번째 피치는 영자크랙이다. 크랙을 넘어서면 위가 약간 미끄럽다.

 

15. 마지막 구간인 참기름 바위는 짧은 슬랩구간이다. 우리 팀은 오른쪽 크랙을 이용해 오른다.

 

16. 항상 그렇듯 오후의 서면 하강 포인트는 만원이다.

 

17. 강풍으로 자일들이 엉킨 까닭에 하강하는 데 애를 먹었다.

 

18. 고독길을 등반하다 보면 북한산 상장릉과 도봉산 오봉이 잘 보인다.

 

19. 인수봉 정상에서 만경대와 백운대를 바라보는 감회는 언제나 새롭다.

 

20. 정체가 많은 등반이었지만 그래도 정상에 오르면 기분이 좋은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