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북한산 꿈길릿지 등반 - 2013년 4월 27일

빌레이 2013. 4. 28. 07:11

친구들과 함께 천등산 등반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충청 이남에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에 가까운 북한산에서 놀기로 한다. 꿈길릿지 등반도 하고 암장에서 연습도 할 요량이다. 계획이 변경되니 북한산의 숨은벽, 만경대, 원효봉, 염초봉 등에서 릿지등반을 같이 즐겼던 박교수님과 유집사님이 합류하기로 하셨다. 두 분이 오월에 있을 설악산 등반에 대한 준비를 하기엔 인적이 드문 꿈길 암장이 제격이다. 꿈길로 향하는 접근로 주변엔 진달래꽃이 만발하다. 올해 본 진달래꽃 중에서 가장 선명하고 풍성한 군락지를 보면서 오르는 산길 자체가 꿈길 같다.

 

꿈길 릿지 초입에 도착하니 이미 한 팀이 등반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암장에서 연습하다가 오후에 오르기로 하고 자주 놀던 아지트에 자리를 잡는다. 박교수님과 유집사님은 아직 암벽등반 경험이 부족한 상태이므로 암장에서 연습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정신이가 선등하여 슬랩 루트에 자일을 설치한다. 톱로핑 방식으로 두 세 번씩 오르내리며 자세를 가다듬는다. 박교수님과 유집사님은 릿지화를 신은 상태인데도 잘 오르신다. 주로 빌레이는 내가 보고 친구들이 두 분에게 자세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가볍게 점심을 먹은 후 본격적인 등반길에 오른다. 정신이가 선등하고 내가 쎄컨을 본다. 그 뒤로 유집사님, 박교수님 순서로 오르고 은경이가 라스트를 맡는다. 꿈길릿지는 각 피치가 길지는 않지만 곳곳에 오르기 애매한 지점이 산재한다. 중간 마디까지는 육십 미터 자일을 이용하여 선등한 정신이가 자일을 고정하면 나는 슈퍼베이직으로 오르고, 나머지 세 명을 내가 간접빌레이로 올리는 방식을 취한다. 경사도가 심한 그 이후의 마디들은 정신이가 나를 간접빌레이 보고, 내가 오른 후 나머지 세 명의 간접빌레이를 보는 방식으로 등반한다. 초보자 두 분의 안전과 선등자의 체력 보호를 위한 등반시스템으로는 괜찮은 방식이라는 생각이다.

 

등반의 하일라이트인 라스트 피치의 직벽 구간까지 안전하고 즐겁게 마치고 피치 하강하여 우리의 아지트로 돌아오니 슬슬 배가 고파진다. 정신이가 광장시장에서 사온 빈대떡과 막걸리 한 두 잔씩을 나눠마시며 등반을 정리해본다. 박교수님과 유집사님께는 처음 접해본 난이도의 암벽 루트이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을 등반이 될 것이다. 우리 친구들에게도 두 분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긴장감 때문인지 등반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져서 어느 때보다 만족스런 등반이 된 것 같다. 흐드러지게 만발한 참꽃 군락만큼이나 풍성하고 기분 좋은 하루를 꿈길에서 보냈다.

 

1. 꿈길로 향하는 길은 올들어 가장 선명하고 화사한 진달래꽃을 보여주었다.

 

2. 진달래꽃이 만개한 길을 오르니 콧노래가 절로난다.

 

3. 박교수님과 유집사님께는 일반 릿지가 아닌 암벽등반을 처음으로 경험하신 날이다.

 

4. 꿈길릿지로 향하는 길엔 돌탑을 쌓아둔 곳이 두 세 군데 있다.

 

5. 우리가 자주 놀던 암장이 진달래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6. 톱로핑 방식으로 박교수님이 슬랩을 오르고 계신다.

 

7. 유집사님도 톱로핑 방식으로 슬랩에 오르고, 은경이는 멋진 포즈로 사진촬영에 열중이다. 그 사진 잘 나왔을래나? ㅎㅎ

 

8. 꿈길릿지 마지막 마디를 앞선 팀의 후등자가 오르고 있다. 

 

9. 다섯 명의 정상 인증사진을 남기기 위해 나뭇가지 위에 유집사님의 카메라를 고정시켜 놓는다. 

 

10. 꿈길릿지 정상에서의 인증사진. 나만 빼고...

 

11. 튀어나온 배를 가리지 못한 나를 포함해서 박교수님, 유집사님과 함께 한 컷.

 

12. 만족스런 등반으로 하루를 보낸 뿌듯한 마음으로 하산한다. 보람찬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