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해외등반여행

[2024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 등반여행 - 8] Red Rock Canyon

빌레이 2024. 7. 26. 12:29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빠져나온 7월 7일 오후엔 '오웬스리버 고쥐(Owen's River Gorge)'에서 두 번째로 등반했다. 다음 날인 7월 8일엔 라스베가스로 이동하여 오후 시간에 '레드록 캐니언(Red Rock Canyon)'을 찾았다. 레드록 캐니언은 라스베가스 시가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레드록 캐니언 국가보호구역(National Conservation Area)에 입장하여 처음 접한 풍경은 정말로 이채로웠다. 진한 황토빛깔을 띤 채 나무 한그루 없이 대규모로 펼쳐져 있는 바위산들은 난생 처음 본 놀라운 광경이었다. 우리팀은 '캘리코 힐스(Calico Hills)' 주차장에서 1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블랙코리도(Black Corridor)' 사이트에서 등반했다.

 

한낮의 작열하는 태양빛을 뚫고 도착한 'Black Corridor'는 '검은 복도'라는 뜻의 명칭이 딱 들어맞는 특이한 공간이었다. 하늘이 일자로 올려다 보이는 비좁은 협곡의 양쪽 절벽은 표면이 검붉은 사암 덩어리였다. 협곡 안쪽은 그늘져 있고 간간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했다. 처음 만져본 사암의 홀드는 그동안 내가 잡아본 여느 바위보다 부드럽고 기분 좋은 촉감이었다. 블랙코리도는 대자연 속에서 다이내믹한 동작을 맘 놓고 펼칠 수 있는 스포츠클라이밍 대상지로는 더이상 바랄 게 없는 사이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상의 사진과 영상으로 자주 접한 레드록에 대하여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던 내게는 바램이 현실이 된 것에 대한 감사함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나는 긴장감 속에 레드록에서의 첫 오름짓으로 'Vegabond (5.10a)' 루트를 선등으로 올랐고, 'Black Corridor Route 4 Left (5.11a)', 'Psychobilly (5.11a)', 'Michael Angelo (5.11b)', 'M&M (5.11a)' 등의 루트에서는 톱로핑 상태로 즐겁게 등반할 수 있었다.  

 

▲ 레드록 캐니언 국가보호구역 초입에서의 인증사진.
▲ '칼리코 힐스' 주차장에서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 클라이머들에게 특별히 연약한 사암(sandstone)을 보호해 달라는 내용의 안내판. 이 지역은 연평균 강수량이 20 cm에 불과하지만, 비가 온 후에는 최소 48 시간의 건조기간이 필요하다는...
▲ 클라이머들에게 비가 온 후, 2~3일이 지나기 전에는 등반하지 말라는 세심한 당부를... 아마도 우리나라 국공이었다면, 아예 클라이밍 금지 구역으로 정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 등반 사이트로 가기 위해서는 잠시나마 한낮의 뙤약볕을 통과해야만 했다.
▲ 고온건조한 기후라서 비 피하듯 햇살을 피해 그늘로 들어서면 시원하다는...
▲ 드물게 내리는 비로 인한 물살의 침식과 풍화작용에 의해 깍여진 이채로운 계곡을 통과해서...
▲ 누군가 숨겨 놓은 듯한 아지트인 '블랙 코리도' 사이트에 도착.
▲ 바라던 곳에 왔다는 가슴 설렘을 안고 첫 루트로 'Vegabond (5.10a)'를 완등한 후 하강하여 기분이 좋아진 상태...ㅎㅎ.
▲ 비좁은 협곡에 양쪽 절벽이 모두 그늘져 있는 천혜의 등반지.
▲ 입구에서 바라봤을 때, 대부분 좌벽은 페이스, 우벽은 오버행 루트들이 흩어져 있다.
▲ 아래에서 봤을 때 커다란 구멍 홀드들이 보이는 오버행 구간에서는 다이내믹한 동작이 나올 수 밖에 없다.
▲ 루트세터들에 의해 인공홀드들로 구성된 스포츠클라이밍 루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재미가 있었다.
▲ 클라이머들 스스로 자연보호를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세심한 조치가 눈에 띄고...

 

아래는 윤선생님을 비롯한 우리 6명이 열심히 등반에 집중했던 장면들이다.  

 

▲ 레드록 캐니언의 '블랙 칼리도'에서 아주 만족스런 등반을 마친 후의 뿌듯함을 안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고...
▲ 해질녘의 레드록 캐니언 NCA를 둘러보면서 라스베가스 호텔로 향한다.
▲ 레드록 캐니언에는 단피치 사이트들 뿐만 아니라 거벽 등반지도 많다고...
▲ 윤선생님의 설명에 의하면 겨울철에도 거벽등반에 도전할 수 있는 루트들이 여럿이라는...
▲ 레드록 캐니언 등반 후, 일정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라스베가스 호텔에서 1박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