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엔 7월 9일 아침에 라스베가스 호텔을 출발하여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 중간에 뉴잭시티(New Jack City)에 들러 등반할 예정이었다. 지금은 'Sawtooth Canyon'이라 불리는 뉴잭시티에 우리가 도착한 때는 가장 더운 시간인 정오 무렵이었다. 처음엔 검은 빛깔의 암벽이 다분히 이채로운 모습이어서 등반해보고 싶은 마음이 살짝 동했으나, 캠프그라운드의 그늘막을 나설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바위에 붙었다가는 화상이라도 입을 것만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등반은 포기하고 점심으로 짜장라면을 끓여 먹은 후, 뉴잭시티를 떠나서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잠시 들른 등반 장비점은 생각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물이 없는 사막 기후인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인지라 공원 입구에서 물을 충분히 보충한 후에 캠핑장에 들어가야만 했다. 바위 그늘이 드리워진 캠프사이트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후에도 불볕 더위에 섣불리 움직이기가 힘들었고, 저녁 시간이 돼서야 주변을 산책할 수 있었다. 그나마 시원해진 밤시간엔 일행들 모두가 넓은 바위에 드러누워 밤하늘의 별빛과 은하수를 감상하는 낭만적인 시간을 누릴 수가 있었다.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은 듣던 대로 클라이머들의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캠프사이트 바로 옆에도 멋진 볼더들과 다양한 형태의 클라이밍 루트들을 수없이 발견할 수 있었다. 실제로 늦가을과 겨울 시즌엔 캠핑장 예약이 힘들 정도로 클라이머들이 몰린다고 한다. 다음 날인 7월 10일 아침엔 'Hidden Valley Trail'에 인접한 'The Sentinel West Face'에 있는 'Illusion Dweller (5.10b)' 루트를 등반했다. 윤선생님께서는 젊은 시절에 이 루트를 프리솔로로 등반하면서 <Climbing> 잡지의 화보를 촬영하던 캐나다 출신의 전설적인 등반가인 피터 크로프트(Peter Croft)를 직접 목격하셨던 일화를 들려주셨다. 'The Sentinel West Face' 사이트는 절벽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서 우리가 등반하던 오전 시간엔 그늘이었고, 'Illusion Dweller'는 등반거리가 38미터에 이르는 대단히 멋진 크랙 루트였다. 다양한 넓이의 크랙이 정상까지 사선으로 곧게 뻗어 있는데다 마지막 구간이 오버행이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밸런스와 파워를 유지한 채 동작 하나 하나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라스트로 장비를 회수하고 등반을 끝낸 오전 11시 즈음부터는 그늘졌던 사이트에도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바람에 더이상 다른 루트에서의 등반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어프로치 초입에 세워져 있던 "Do Not Die Today"라 씌어진 경고 문구가 저절로 떠오르는 살인적인 더위는 우선 피하고 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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