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해외등반여행

[2024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 등반여행 - 9] Joshua Tree National Park

빌레이 2024. 7. 27. 18:33

애초엔 7월 9일 아침에 라스베가스 호텔을 출발하여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 중간에 뉴잭시티(New Jack City)에 들러 등반할 예정이었다. 지금은 'Sawtooth Canyon'이라 불리는 뉴잭시티에 우리가 도착한 때는 가장 더운 시간인 정오 무렵이었다. 처음엔 검은 빛깔의 암벽이 다분히 이채로운 모습이어서 등반해보고 싶은 마음이 살짝 동했으나, 캠프그라운드의 그늘막을 나설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바위에 붙었다가는 화상이라도 입을 것만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등반은 포기하고 점심으로 짜장라면을 끓여 먹은 후, 뉴잭시티를 떠나서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잠시 들른 등반 장비점은 생각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물이 없는 사막 기후인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인지라 공원 입구에서 물을 충분히 보충한 후에 캠핑장에 들어가야만 했다. 바위 그늘이 드리워진 캠프사이트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후에도 불볕 더위에 섣불리 움직이기가 힘들었고, 저녁 시간이 돼서야 주변을 산책할 수 있었다. 그나마 시원해진 밤시간엔 일행들 모두가 넓은 바위에 드러누워 밤하늘의 별빛과 은하수를 감상하는 낭만적인 시간을 누릴 수가 있었다.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은 듣던 대로 클라이머들의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캠프사이트 바로 옆에도 멋진 볼더들과 다양한 형태의 클라이밍 루트들을 수없이 발견할 수 있었다. 실제로 늦가을과 겨울 시즌엔 캠핑장 예약이 힘들 정도로 클라이머들이 몰린다고 한다. 다음 날인 7월 10일 아침엔 'Hidden Valley Trail'에 인접한 'The Sentinel West Face'에 있는 'Illusion Dweller (5.10b)' 루트를 등반했다. 윤선생님께서는 젊은 시절에 이 루트를 프리솔로로 등반하면서 <Climbing> 잡지의 화보를 촬영하던 캐나다 출신의 전설적인 등반가인 피터 크로프트(Peter Croft)를 직접 목격하셨던 일화를 들려주셨다. 'The Sentinel West Face' 사이트는 절벽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서 우리가 등반하던 오전 시간엔 그늘이었고, 'Illusion Dweller'는 등반거리가 38미터에 이르는 대단히 멋진 크랙 루트였다. 다양한 넓이의 크랙이 정상까지 사선으로 곧게 뻗어 있는데다 마지막 구간이 오버행이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밸런스와 파워를 유지한 채 동작 하나 하나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라스트로 장비를 회수하고 등반을 끝낸 오전 11시 즈음부터는 그늘졌던 사이트에도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바람에 더이상 다른 루트에서의 등반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어프로치 초입에 세워져 있던 "Do Not Die Today"라 씌어진 경고 문구가 저절로 떠오르는 살인적인 더위는 우선 피하고 볼 일이었다.            

 

▲ 한낮에 도착한 뉴잭시티(일명 Sawtooth Canyon)는 뙤약볕에 노출되어 있었다.
▲ 캠프사이트의 그늘막을 벗어나면 화상을 입을 것만 같았다.
▲ 뉴잭시티는 차 안에서 주변을 구경하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 등반을 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 채 Sawtooth 캐니언을 떠나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근처의 장비점에 들렀다. 윤선생님께서 수십년 전부터 알고 계신 곳이라고... 여주인은 어느새 할머니가 되고, 지금은 아들이 경영하고 있는 듯...
▲ 장비점 안은 구경할 게 많았다. 등산관련 책자들도 풍부했다.
▲ 잘 진열된 장비점은 암벽등반 장비들도 없는 게 없을 정도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입구. 우리 차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구입한 Annual Pass로 통과할 수 있었다.
▲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입구에서 물을 충분히 준비해 가라는 레인저의 안내를 받고...
▲ 한적한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에 입성하여 이채로운 풍광을 감상하면서...
▲ 풍화작용에 의해 바위에 구멍이 생기는 타포니(Tafoni) 현상도 많이 보인다.
▲ 우선은 커다란 볼더가 만들어준 그늘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 캠프사이트 주변에 널려있는 볼더에 붙어보기도 하고...
▲ 해가 서쪽으로 기우는 석양 무렵에서야 주변을 산책할 수 있었다.
▲ 윤선생님께서는 젊은 시절에 한달 동안 이곳에서 친구분과 캠핑하면서 매일 등반만 하셨던 추억을 간직하고 계시고...
▲ 윤선생님의 가이드로 주변의 유명한 클라이밍 루트들을 구경하는데... 기영형의 종아리가 예사롭지 않다...ㅋㅋㅋ.
▲ 크래쉬 패드(Crash Pad)만 있으면 붙어보고 싶은 볼더링 루트가 널려있다.
▲ 스키 슬로프를 닮은 세 개의 사선크랙이 또렷해서 유명한 '인터섹션록(Intersection Rock)'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이 클라이밍 천국이 된 역사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는 'Intersection Rock' 앞의 안내판. 수학에서 'Intersection'은 '교집합'을 의미한다.
▲ 인터섹션록은 가까이 가면 갈수록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 인터섹션록 하나에서만 등반해도 며칠은 훌쩍 지날 듯했다.
▲ 석양의 사광을 받은 조슈아트리를 구경하면서 인터섹션록을 한바퀴 돌았다.
▲ 조슈아트리와 어우러진 인터섹션록의 풍광이 국립공원의 상징인 듯하고...
▲ 인적이 드문 공원 내에서는 게시판도 주의 깊게 잘 읽어봐야...
▲ 우리가 베이스캠프를 차린 히든밸리 구역에 대한 설명.
▲ 나 홀로 쉽게 오를 수 있는 봉우리 정상에 올라봤다.
▲ 서쪽으로 해는 기울고... 저 멀리 우리들의 캠프사이트가 아스라히 보인다.
▲ 봉우리 정상에서 내려다 보니 우리팀 외에 다른 한팀이 캠핑장에 보였다. 드넓은 히든밸리 캠프그라운드에서 이날 밤을 보낸 팀은 우리를 포함해서 단 두팀인 듯했다.
▲ 봉우리 정상에서 내 그림자도 찍어보고...
▲ 캠핑 내내 불 피우는 것에 열심이던 기영형이 모처럼 성공한 모닥불에 기쁨의 세리모니를...ㅎㅎ.
▲ 해가 완전히 사라진 후에는 밤하늘의 별빛과 은하수를 감상했다는...
▲ 다음 날인 7월 10일, 일출과 함께 아침산책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 아침햇살을 받은 조슈아트리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 떠오른 햇살을 피하면서 캠프를 정리하고...
▲ 'Hidden Valley Trail' 초입의 주차장에서 'Illusion Dweller' 루트가 있는 등반지로 향한다.
▲ 주차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트레일 좌측 봉우리의 반대편에 'Illusion Dweller' 루트가 있다.
▲ 'Illusion Dweller' 루트가 있는 'The Sentinel West Face' 사이트는 절벽 사이에 위치하여 그늘진 시간이 많다.
▲ 'Illusion Dweller (5.10b)' 루트를 출발하는 윤선생님. 크랙코스라서 중간 볼트가 하나도 없으니 단피치인데도 장비가 많다. 이 루트는 캐나다 태생의 전설적인 클라어머인 피터 크로프트(Peter Croft)가 <Climbing> 잡지의 화보촬영을 위해 프리솔로를 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윤선생님은 당시에 동갑내기인 피터 크로프트가 등반한 모습을 실제로 직관하셨다고...
▲ 'Illussion Dweller'는 다양한 형태와 넓이의 크랙이 사선으로 끝까지 이어지는 명품 루트라는 생각이...
▲ 사선 크랙에서는 파워 뿐만 아니라 밸런스 유지가 중요하다는... 38미터로 길게 이어지는 크랙에 캠과 너트를 설치하면서 올라야 하는 선등자에게는 지구력까지 갖춰야 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 마지막 구간에서는 오버행 크랙을 올라서야 한다.
▲ 70미터 로프 두 동을 순환식으로 유통하여 나머지 팀원들은 톱로핑으로 올랐다. 가을씨의 등반 모습.
▲ 기영형의 등반 모습. 등반루트는 사선으로 뻗은 38미터, 이를 직각삼각형의 빗변 길이로 보고, 수직으로 떨어지는 거리를 계산할 때는 길이가 5:4:3인 직각삼각형을 닮았으니, 38미터의 80%인 약 30미터가 수직거리가 된다. 그러니 필요한 로프 거리는 약 68미터로 계산된다. 70미터 로프로 빠듯하게 톱로핑이 가능한 이유이다.
▲ 내가 라스트로 등반하면서 캠과 너트를 모두 수거했다.
▲ 내가 오버행 구간에서 한참을 씨름하면서 겨우 너트를 수거하고 나니 어느새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 오전 11시 즈음부터 햇살에 노출된 사이트를 피해서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 주차장으로 돌아와 에어컨 빵빵한 차로 귀환한다.
▲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을 빠져나오는 길에 '해골바위(Skull Rock)'도 구경하고...
▲ 땡볕에도 해골바위를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이 의외로 많았다.
▲ 물이 없던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을 빠져나와서 레이크 페리스 주립 휴양지에 있는 캠핑장에 도착했다.
▲ 캠프사이트에서 내려다 보이는 페리스 호수를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