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국내등반여행

울산 문수산 병풍바위 - 2024년 3월 1일(금)

빌레이 2024. 3. 3. 10:13

삼일절이 금요일인 덕택에 3일 동안의 연휴가 주어진다. 개강 직전에 선물처럼 찾아온 마지막 연휴를 허투루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스한 봄기운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남녘으로의 1박 2일 등반여행을 계획한다. 울산 문수산 병풍바위와 영덕 블루로드 해벽에서 클라이밍을 즐기고, 자투리 시간에 주변 관광지도 둘러보는 일정이다. 4일 후면 경칩이라 포근한 봄날을 기대했건만 날씨는 우리의 여행을 시샘이라도 하는 듯하다. 일기예보는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 동안 전국적으로 강풍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릴 거라며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협박성 멘트를 동반한다. 이에 굴하지 않고 현지 환경이 클라이밍에 적합하지 않으면 해파랑길 트레킹이나 관광으로 대체하자는 플랜B를 염두에 두면서 원래의 계획을 밀어부치기로 한다.

 

새벽 4시 30분에 5명의 악우들이 내차에 동승하여 서울을 탈출한다. 기상조건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이 없지 않았으나 처음으로 5명이 함께 먼 곳으로 등반여행을 떠난다는 설레임이 훨씬 더 크다. 아침 9시 30분에 문수산 쉼터 주차장에 도착한다. 그 순간 날씨에 대한 걱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다. 남향의 병풍바위 절벽엔 찬란한 햇살이 아낌없이 쏟아지고 있고, 바람도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병풍바위 상단의 기존암장과 천서하이암을 지나서 폭포 옆의 두꺼비 바위 앞에 베이스캠프를 차린다. 하루종일 주변에 다른 팀이 오지 않아서 오붓하게 우리들만의 등반에 집중할 수 있었다. '캔디(5.9)', '미소지움(5.9)', '울산클라이머스(5.9)', '오저치고(5.10a)', '아들(5.10a)', '라떼는 말이야(5.10a)' 루트를 차례로 올랐다. 등반을 마치고 경주시 양남면 읍천항에 있는 숙소로 이동하는 중간에 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서울을 떠날 때는 일정에 대한 염려로 머릿속이 약간 복잡했으나, 결과적으론 하루를 매우 즐겁고 알차게 보냈다는 감사함이 밀려왔다.        

 

▲ 서울에서 04시 30분 출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조식을 해결하고 문수산 쉼터에 도착한 게 09시 30분, 5시간이 걸렸다.
▲ 병풍바위로 올라가는 길에서부터 남녘의 따스함이 전해졌다.
▲ 병풍바위 상단의 기존암장을 지나서 하단에 있는 은하수암장 위를 준수씨가 조심스레 지나고 있다.
▲ 절벽 사이로 하단의 은하수암장이 내려다 보인다.
▲ 병풍바위 상단의 천서하이암과 폭포 사이에 있는 두꺼비암장 앞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저 멀리 울산 앞바다가 펼쳐진 풍경이 시원했다.
▲ 병풍바위 상단 안쪽으로 갈수록 좀 더 따뜻해서 그런지 클라이머들이 많았다.
▲ 병풍바위 상단을 횡단하는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기도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 병풍바위 상단 끝자락엔 간이 화장실이 있다. 연두색 체인이 열려 있으면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 화장실을 갈 때는 사람이 있다는 표시로 이렇게 체인을 쳐 놓으면 된다.
▲ '캔디(5.9)' 루트에 처음으로 줄을 걸어보는데... 바위가 낯설어서 그런지 손홀드가 미끄러워 꽤나 애를 먹었다.
▲ 두 번째로 붙은 '미소지움(5.9)' 루트부터는 손홀드의 감각이 살아나는 듯했다.
▲ 두 번째 루트부터는 한결 수월하게 올랐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첫 피치의 어려움은 난이도와 무관하다.
▲ 악우들도 부지런히 등반을 시작하고...
▲ 처음이란 가슴 설레임을 동반하기에 문수산 병풍바위 암장이 처음인 악우들에겐 더욱 더 특별한 등반이었을 것이다.
▲ 세 번째 루트인 '울산클라이밍(5.9)'을 오르고 있다.
▲ 내가 '오저치고(5.10a)' 루트를 오르는 동안 옆에서 '울산클라이밍'을 등반하던 성배씨가 내 모습을 찍어주고 있다.
▲ 성배씨가 옆에서 멋지게 찍어준 샷이다.
▲ 좌측의 준수씨가 '오저치고' 루트를 오르는 동안 나는 우측에서 '아들(5.10a)' 루트를 선등하는 중이다.
▲ 소영씨와 은경이도 열심히 등반하고...
▲ 중간 볼트가 11개로 제법 긴 루트인 '라떼는 말이야(5.10a)' 루트로 마무리를 하기로 한다.
▲ 개인적으론 '라떼는 말이야' 같이 자연스런 등반선으로 길게 이어진 루트가 좋다. 물론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꼰데성 발언은 싫어한다.^^
▲ '라떼는 말이야'는 초반 크럭스만 잘 넘어서면 중간의 오버행이나 마지막 페이스 구간까지 다양한 동작이 요구되는 아주 재미 있는 루트였다.
▲ '라떼는 말이야'는 5명 모두 즐겁게 오르면서 피날레를 장식하기에도 아주 좋은 루트였다.
▲ '라떼는 말이야'의 톱앵커는 제법 높아서 주변 풍경이 아주 시원스러웠다.
▲ 새벽부터 움직인 까닭에 평소보다는 이른 시간인 오후 3시 반 경에 등반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 폭포 아래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병풍바위 하단의 암장들도 구경하면서 하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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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문수암장 정보는 '달에취한나비'님의 네이버블로그에서 인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