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강촌 유선대 암장 - 2022년 11월 27일(토)

빌레이 2022. 11. 28. 10:43

조금 쌀쌀해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침 최저 기온이 영상에 머물고 있는 11월의 마지막 주말이다. 앞으로도 평균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햇살 좋은 주말이라면 암벽등반을 계속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아침 7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7월초에 등반한 후로 가보지 못했던 강촌의 유선대 암장으로 향한다. 익숙하고 양지바른 유선대 암벽에서 편안한 등반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어제는 암 투병 중이신 장인어른께서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는 바람에 하루종일 경황이 없었다. 밤 늦은 시간에야 병실이 나서 응급실을 통해 입원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심신이 피곤한 상태에서 약속된 등반에 나서는 기분이 마냥 좋을 수만 없는 노릇이다. 가평 부근의 경춘가도를 달리던 중 짙은 안개가 주변 시야를 가려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강촌에도 안개가 자욱하다면 적어도 오전 등반은 포기해야할 판이다.

 

다행스럽게도 강촌 인근은 맑은 하늘에 햇살이 반짝이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남향의 양지바른 절벽인 유선대 암장에서의 등반이 괜찮을 듯 싶었다. 암장 앞의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니 전에 없던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아마도 강선봉 일대를 산림욕장으로 조성하는 사업의 일환인 듯 보였다. 산림욕장과 유선대 암장이 조화로운 모습으로 공존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암벽에 햇살이 쏟아지고 주변도 조용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모닝커피 한 잔 하고, 익숙한 루트에 붙어서 부지런히 매달리는 것으로 오전 등반을 마칠 수 있었다. 등반 컨디션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점심 후에는 좌벽으로 이동하여 세 개 루트를 등반했다. 산그림자에 해가 일찍 가리는 좌벽은 갑자기 쌀쌀해졌다. 다시 중앙벽으로 이동하여 햇살을 받을 수 있는 두 피치를 오르는 것으로 오늘 등반을 마무리했다. 아침에 싱숭생숭 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 평화를 되찾은 기분이었다.      

 

▲ 베이스캠프 주위에 전에 없던 벤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벤치에 앉아서 유선대 암벽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마시는 순간이 좋았다.
▲ 유선대 암장은 맑은 하늘에 햇볕이 반짝이는 날이면 겨울에도 등반이 가능할 듯했다.
▲ 중앙 작은벽의 '102동(5.10b)' 루트부터 올라본다.
▲ '101동(5.10a)' 루트를 오르고 있다.
▲ '시동(5.11b)' 루트에도 간만에 붙어 보았다. 생각보다 등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서 한 차례의 행도깅 후에 마무리 할 수 있었다.
▲ 처음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깔끔하게 완등하지 못했던 '102동(5.10b)' 루트에 다시 붙어서 군더더기 없이 완등했다.
▲ 앞으로 추워지면 멀티피치는 못 할거란 생각에 '통천문' 루트를 통해 정상 뷰를 보기로 했다.
▲ '통천문' 2피치는 침니 등반을 연습하기에 더없이 좋은 루트이다.
▲ '통천문' 톱앵커에서는 북한강 물줄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쌀쌀한 바람이 불 때는 후드만 뒤집어 써도 보온 효과가 좋았다.
▲ '통천문'에서 하강한 후에 점심시간을 가졌다.
▲ 점심 후에는 소화를 위해 부담 없는 좌벽에서 등반했다. '참나무' 루트를 오르고 있다.
▲ 익숙한 루트여서 그런지 '참나무'의 크럭스인 오버행 구간에서도 홀드를 찾아나가는 데 여유가 있었다.
▲ 오후에 좌벽에서 등반할 때는 괜찮은데, 빌레이 볼 때는 조금 쌀쌀했다.
▲ 다른 한 팀이 등반 중인 루트를 피해 '작은언덕'을 등반 중이다.
▲ '수류화개' 루트는 초반부의 페이스 구간을 오르는 재미가 있다.
▲ '수류화개' 루트를 오를 때부터는 햇살이 산그림자에 가려서 좌벽 전체가 쌀쌀해졌다.
▲ '수류화개' 정상에서 본 풍경인데, 우측 벽은 아직까지 햇살을 받고 있었다.
▲ 햇살이 남아 있는 루트를 골라 등반하기로 했다. '초심A' 루트를 통해 상단부로 오르고 있다.
▲ 상단부의 '201호' 루트에서는 가장 늦은 시간까지 햇살을 등지고 등반할 수 있었다.
▲ 오후 4시 무렵엔 암장 전체가 산그림자 속에 갇혀 급격히 쌀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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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촌 유선대 암장 개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