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남한산성 한 바퀴 돌기 - 2021년 5월 22일(토)

빌레이 2021. 5. 22. 20:55

화창한 날씨에 남한산성의 불당리에 있는 범굴암에서 암벽등반을 즐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암장에 도착했을 때 바위는 간밤에 내린 비로 젖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쉬운 루트라도 올라볼 생각으로 장비를 착용하려는데 내 안전벨트가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 짐을 꾸릴 때 나도 몰래 빠트렸던 것이다. 처음 있는 일이어서 잠시 나 자신에게 화가 치밀었으나, 이내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것이니 암벽등반은 깨끗이 포기하고, 기분 전환한다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남한산성길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로는 처음 걸어본 남한산성은 예상보다 훨씬 멋진 트레일이었다. 북문에서 시작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성벽길을 한 바퀴 돌아서 다시 북문으로 오는 데에 약 4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성벽 안팎을 오가면서 여유롭게 걷는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성벽 주변의 풍경이 아름답고 이슬 머금은 들꽃들이 예뻐서 폰카로 사진 찍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름드리 소나무 그늘이 시원하여 성벽길을 걷는 내내 상쾌한 기분이었다. 원래 계획했던 암벽등반을 하지 못한 아쉬움은 까마득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