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날씨가 이번 주 초 3일 동안은 꼭 동남아시아 같았다. 매일 내리던 소나기는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에서 겪었던 스콜처럼 맹렬히 쏟아붓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뚝 그쳤다. 7월의 첫날이자 목요일인 오늘은 모처럼 소나기 예보가 없는 날이다. 지난 주까지 한 학기를 무사히 잘 마무리지었다. 이번 주부터는 여름방학이라지만, 본격적으로 매진해야 할 연구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다음 학기를 위한 강의 준비도 지금부터 신경써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피곤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한 박자 쉬어가기로 한다.
어제는 실내암장에서 가장 경사각이 쎈 벽의 지구력 문제를 처음으로 완등했다. 그동안 꾸준히 운동한 보상으로 상반기의 마지막 날을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개운함을 맛보았다. 그 여운을 즐기기 위해 오늘은 암장 운동을 쉬는 대신 아내와 함께 유순한 숲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먼저 집을 나서서 정릉으로 걸어가 1020번 시내버스에 몸을 싣고, 종로구의 자하문고개로 이동했다. 고갯마루에 위치한 윤동주문학관을 관람한 후에 인왕산 자락길을 따라서 걸었다. 자락길 중간에 수성동 계곡에 들러서 미리 챙겨간 과일과 음식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무악재 하늘다리를 건너 서대문구의 안산 자락길로 접어들었다.
계단이 전혀 없는 무장애 탐방로가 7 킬로미터 넘게 이어지는 안산 자락길은 듣던 대로 명품 둘레길이었다.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닐 수 있도록 완만하게 조성된 그 자락길을 따라서 안산의 둘레를 반시계 방향으로 온전히 한 바퀴 돌았다. 그늘진 숲길이 이어지는 자락길은 여름에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트레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대문구청을 지나서 나타난 메타세콰이어 숲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메리포사 그로브의 축소판 같았다.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산길을 걸으며 도란도란 담소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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