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인왕산과 안산 자락길 - 2021년 7월 1일(목)

빌레이 2021. 7. 1. 19:18

서울의 날씨가 이번 주 초 3일 동안은 꼭 동남아시아 같았다. 매일 내리던 소나기는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에서 겪었던 스콜처럼 맹렬히 쏟아붓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뚝 그쳤다. 7월의 첫날이자 목요일인 오늘은 모처럼 소나기 예보가 없는 날이다. 지난 주까지  한 학기를 무사히 잘 마무리지었다. 이번 주부터는 여름방학이라지만, 본격적으로 매진해야 할 연구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다음 학기를 위한 강의 준비도 지금부터 신경써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피곤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한 박자 쉬어가기로 한다.

 

어제는 실내암장에서 가장 경사각이 쎈 벽의 지구력 문제를 처음으로 완등했다. 그동안 꾸준히 운동한 보상으로 상반기의 마지막 날을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개운함을 맛보았다. 그 여운을 즐기기 위해 오늘은 암장 운동을 쉬는 대신 아내와 함께 유순한 숲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먼저 집을 나서서 정릉으로 걸어가 1020번 시내버스에 몸을 싣고, 종로구의 자하문고개로 이동했다. 고갯마루에 위치한 윤동주문학관을 관람한 후에 인왕산 자락길을 따라서 걸었다. 자락길 중간에 수성동 계곡에 들러서 미리 챙겨간 과일과 음식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무악재 하늘다리를 건너 서대문구의 안산 자락길로 접어들었다.

 

계단이 전혀 없는 무장애 탐방로가 7 킬로미터 넘게 이어지는 안산 자락길은 듣던 대로 명품 둘레길이었다.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닐 수 있도록 완만하게 조성된 그 자락길을 따라서 안산의 둘레를 반시계 방향으로 온전히 한 바퀴 돌았다. 그늘진 숲길이 이어지는 자락길은 여름에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트레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대문구청을 지나서 나타난 메타세콰이어 숲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메리포사 그로브의 축소판 같았다.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산길을 걸으며 도란도란 담소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 서대문구 안산 자락길의 하일라이트 구간은 메타세콰이어 숲길이다.
▲ 갈 때마다 새로운 감흥이 느껴지는 윤동주문학관을 관람한 후에 인왕산 자락길로 향했다.
▲ 종로구의 인왕산과 서대문구의 안산을 잇는 산행 코스를 그려본다. 오늘은 완만히 이어지는 둘레길을 따라 걸을 생각이다.
▲ 인왕산 자락길 초입이다. 무악재 하늘다리 이정표를 놓치지 않으면 안산으로 갈 수 있다.
▲ 인왕산 자락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악산 아래의 청와대. 내년이면 주인이 바뀌는 청와대에 가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요즘이다.
▲ 경복궁과 종로구 일대가 내려다 보인다.
▲ 인왕산 자락길에서 수성동 계곡으로 잠시 내려온다.
▲ 계곡물이 흐르는 수성동 계곡의 그늘진 암반 위에서 한가로운 점심 시간을 가졌다. 동네 주민들의 산책 코스인 듯했다.
▲ 인왕산 자락길은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다는 걸 잊을 정도로 자연 친화적이어서 좋다.
▲ 한양도성길을 넘어서 서대문구 방향으로 가다보면 인왕사가 보인다.
▲ 인왕산과 안산을 이어주는 무악재 하늘다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겨본다. 내가 암벽등반에 입문했던 장소인 안산 정상 아래의 절벽이 뒤로 보인다.
▲ 무악재 하늘다리를 건너와서 돌아다 본 인왕산 풍경이다.
▲ 안산 자락길만 걷고 싶다면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5번 출구로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 드디어 무장애 탐방로로 조성된 안산 자락길을 처음으로 밟아본다.
▲ 자락길을 한 바퀴 도는 시계방향은 노란색, 반시계방향은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우리는 파란색 방향으로 진행했다.
▲ 성하의 숲이 우거진 자락길은 시원했다.
▲ 자락길 주변엔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종종 나타나 쉬면서 감상하는 맛이 있었다.
▲ 안산 자락길을 대표할만한 구간인 메타세콰이어 숲은 서대문구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다소 무심한 아내도 이 구간에선 폰카를 꺼내 들었다.
▲ 자락길의 메타세콰이어 숲은 미국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보았던 메리포사 그로브를 생각나게 했다.
▲ 예상보다는 길게 이어지는 메타세콰이어 숲길은 끊임 없이 계속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수 천년을 산다는 북미의 자이언트세콰이어 나무들처럼 이곳의 메타세콰이어들도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메타세콰이어 숲길이 끝나가는 지점에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다시 한 번 뒤돌아 본다.
▲ 메타세콰이어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얼마 안 가면 연세대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 노송이 즐비한 구간이 메타세콰이어 숲길 다음에 나타나니 이 또한 새로운 반전처럼 눈이 즐겁다.
▲ 안산 자락길이 조성되기 전에 야간 암벽등반을 위해 1박 하면서 봉원사에서 정상인 봉수대까지 아침산책을 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 안산 자락길에는 서울 시내의 곳곳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다. 사진 좌측이 안산이고 우측이 인왕산이다. 그 사이로 멀리 북한산의 비봉능선이 펼쳐져 있다.
▲ 안산 자락길의 많은 부분이 데크길이지만 가끔은 흙길과 시멘트길도 나타난다. 사진 속의 고목은 아카시아 나무다.
▲ 이제 자락길을 거의 한 바퀴 돌게 되는 출발점이 멀지 않았다.
▲ 구 서대문형무소 자리에 조성된 서대문독립공원과 한성과학고가 자락길 아래로 보인다.
▲ 출발점으로 돌아오니 안산 자락길을 온전히 한 바퀴 돌았다는 만족감이 있었다.
▲ 서대문독립공원 바로 앞에 있는 독립문역 5번 출구에서 약 5시간에 걸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