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양주 독립봉암장 - 2021년 5월 23일(일)

빌레이 2021. 5. 23. 20:58

어제는 남한산성의 범굴암에서 뜻하지 않게 안전벨트를 깜박 하고 준비해 가지 않은 탓에 계획했던 암벽등반을 하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양주시 불곡산에 있는 독립봉암장을 찾았다. 작년에 몇 차례 등반한 적이 있는 암장이기 때문에 올해는 첫 방문인데도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이전까지는 기범씨와 함께 독립봉암장에 왔던 덕택으로 맘 편히 톱로핑 방식으로만 등반했었다. 오늘은 내가 선등으로 등반해야 하는 날이니 만큼 부담감이 전혀 없을 수는 없었다. 암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우리팀은 슬랩등반 연습을 먼저 하기로 했다. 슬랩의 맨 좌측 루트에서 두 차례씩 오르내리는 연습을 끝낼 즈음부터 클라이머들이 슬랩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적한 직벽으로 이동하여 '소녀시대(5.10b)' 루트부터 등반했다. 화강암 크랙으로 이루어진 '소녀시대' 루트는 완력을 요하는 구간이 많았으나 첫 번째 시도에서 선등으로 깔끔하게 완등할 수 있었다. 직벽에도 사람들이 많아질 무렵에 다시 슬랩으로 이동하여 가운데 루트 두 피치를 등반했다. 인수봉의 바윗길과 흡사한 루트여서 그런지 2피치 확보점에서는 전망도 시원했고, 제법 그럴싸한 멀티피치 등반을 한 듯한 만족감도 있었다. 오늘은 그동안 부족했던 슬랩등반 연습을 더 하자는 생각에서 첫 피치에 줄을 걸어놓고 두 차례씩 반복해서 슬랩을 오르내리는 것으로 등반을 마무리지었다. 최근 등반했던 다른 암장들과는 구별되는 암질과 바위 형태를 지닌 독립봉암장에서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 의미 있고 감사한 하루였다.      

 

▲ '소녀시대(5.10b)' 루트를 등반 중이다. 작년엔 5.10a로 표기되었던 난이도가 상향 조정되었다. 로프 테이크의 유혹을 뿌리치고 완등한 후에 얻은 성취감이 컸다.
▲ 암장으로 향하는 산길 중간에서 함박꽃(산목련)이 반겨주었다.
▲ 꽃봉오리부터 활짝 피어난 꽃까지 다양한 함박꽃을 구경할 수 있었다.
▲ 양주의 진산인 불곡산 상봉 아래에 자리한 독립봉암장 주변 숲에 녹음이 짙어가고 있다.
▲ 슬랩등반 연습부터 해보기로 한다. 40% 세일한다고 해서 저렴하게 새로 구입한 '마에스트로' 암벽화를 처음으로 개시했다.
▲ 처음 신는 암벽화는 발이 아플 수 밖에 없다지만 슬랩등반에서는 발에 힘을 많이 주기 때문인지 특히나 통증이 심했다. 
▲ 몸도 풀리지 않고, 발도 아파서 간간히 볼트따기를 하면서 올라서 확보점에 줄을 걸어놓고 톱로핑으로 한 차례 더 올랐다. 
▲ 슬랩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자 직벽으로 이동하여 크랙등반 위주인 '소녀시대'에 붙었다. 화강암 재질의 독립봉암장은 크랙과 슬랩이 교차하는 자연암벽만의 특징을 잘 간직한 보기드문 암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소녀시대'는 크랙을 따라 이어진 바윗길이어서 그런지 완력을 요하는 구간이 많았다. 크랙에서의 등반은 페이스 등반과는 달리 손홀드와 발홀드를 공유하기 힘들고, 오르는 동작이나 홀드를 잡는 방법도 달라서 실내암장에서의 운동과는 다른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발홀드가 좋은 곳에서 적절히 쉴 수 있어서 첫 시도에서 '소녀시대'를 깔끔하게 완등할 수 있었다. 난이도에 비해 힘겨웠던 만큼 크랙등반도 많은 경험 외에는 왕도가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 다소 한적해진 슬랩으로 다시 이동하여 가운데 루트를 선등하고 있는 중이다.
▲ 작은 크랙이 이어져서 적절한 손홀드를 찾을 수 있었던 슬랩 가운데 루트였다. 마지막 볼트 위에서 스텝이 꼬이는 바람에 한 차례의 시원한 추락을 맛본 후 확보점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 확보점에 도착해서는 아픈 발부터 해방시켜 줘야 했다. 한 차례의 추락이 있었지만 슬랩에 어느 정도는 적응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 등반 거리 30미터에 이르는 첫 피치 확보점에서 2피치 등반을 위해 다시 암벽화 끈을 조이고 있다. 
▲ 둘째 피치는 사진 속에 보이는 턱을 넘어서기만 하면 별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 둘째 피치 후반부는 비교적 쉬운 슬랩이지만, 볼트 간격이 너무 멀다는 사실이 선등하는 동안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 둘째 피치 확보점에서 고개를 좌측으로 돌리면 독립봉 암장의 직벽이 훤히 보인다.
▲ 슬랩 가운데 루트의 2피치 확보점에서의 인증사진이다. 슬랩의 끝은 불곡산 정상인 상봉이다.
▲ 2피치 이후 구간은 등반성이 없다는 판단 하에 하강하기로 했다. 
▲ 베이스캠프에서 나뭇잎 사이로 슬랩이 보인다.
▲ 다시 직벽을 등반할까 하다가 개척자분들이 다음 주에 있을 행사 준비를 하는 듯하여 마지막 세션도 슬랩에서 보내기로 했다.
▲ 슬랩에서 두 차례씩 오르내리는 것으로 오늘의 등반을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