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남한산성의 범굴암에서 뜻하지 않게 안전벨트를 깜박 하고 준비해 가지 않은 탓에 계획했던 암벽등반을 하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양주시 불곡산에 있는 독립봉암장을 찾았다. 작년에 몇 차례 등반한 적이 있는 암장이기 때문에 올해는 첫 방문인데도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이전까지는 기범씨와 함께 독립봉암장에 왔던 덕택으로 맘 편히 톱로핑 방식으로만 등반했었다. 오늘은 내가 선등으로 등반해야 하는 날이니 만큼 부담감이 전혀 없을 수는 없었다. 암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우리팀은 슬랩등반 연습을 먼저 하기로 했다. 슬랩의 맨 좌측 루트에서 두 차례씩 오르내리는 연습을 끝낼 즈음부터 클라이머들이 슬랩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적한 직벽으로 이동하여 '소녀시대(5.10b)' 루트부터 등반했다. 화강암 크랙으로 이루어진 '소녀시대' 루트는 완력을 요하는 구간이 많았으나 첫 번째 시도에서 선등으로 깔끔하게 완등할 수 있었다. 직벽에도 사람들이 많아질 무렵에 다시 슬랩으로 이동하여 가운데 루트 두 피치를 등반했다. 인수봉의 바윗길과 흡사한 루트여서 그런지 2피치 확보점에서는 전망도 시원했고, 제법 그럴싸한 멀티피치 등반을 한 듯한 만족감도 있었다. 오늘은 그동안 부족했던 슬랩등반 연습을 더 하자는 생각에서 첫 피치에 줄을 걸어놓고 두 차례씩 반복해서 슬랩을 오르내리는 것으로 등반을 마무리지었다. 최근 등반했던 다른 암장들과는 구별되는 암질과 바위 형태를 지닌 독립봉암장에서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 의미 있고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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