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어린이날인 오늘 새벽까지 이어졌다. 지난 주말에 이어 비가 온 직후에 젖어 있을 바윗길을 올라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등반에 나서게 되었다. 양주시의 불곡산에 있는 '악어의 꿈길' 릿지를 향해 아침 일찍 어프로치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날씨는 괜찮아 보였다.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은 먹구름이 바람을 따라 오락가락 하면서 불곡산 등산로 주변은 시시각각 음지와 양지로 변하길 거듭했다. 양지바른 첫 피치에서 시작한 등반은 음지로 변한 둘째 피치의 확보점에서 후등자 빌레이를 보는 순간부터 난관에 봉착하기 시작했다.
2피치 확보점에 서있는 동안 제법 쌀쌀한 강풍이 매섭게 불어제쳤다. 몸에 한기까지 느껴져 더이상 등반을 이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복주머니 바위 꼭대기로 올라서야 하는 3피치를 건너 뛰고 악어바위를 구경한 후 후퇴하기로 결정했다. 계획된 등반을 끝내지 못한 찝찝함을 달래기 위해서 가까운 포천인공암벽장으로 이동했다. 예전보다는 알차게 셋팅된 루트들을 오르내리면서 오후 시간 동안 스포츠클라이밍으로 몸을 푼 것에 만족해야 했다. 자연 속에서 행하는 등반이 항상 즐겁고 좋은 환경일 수는 없는 법이다. 몸도 마음도 개운치 않은 하루였지만, 이 마저도 열린 마음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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