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현암벽장에서 가깝지만 자동차로 접근하는 길이 완전히 다른 여심바위를 처음으로 다녀왔다. 지금은 주변이 공사장이고 자전거도로를 위한 데크 다리가 암벽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였으나, 등반 루트들은 내 수준에서 즐기기엔 나무랄 데 없이 좋았다. 총 16개 바윗길 중에서 난이도 5.10c까지의 11개 루트를 부지런히 오르내렸다. 자연바위의 까칠한 감촉이 전해지는 질감의 직벽과 오버행 구간들로 구성된 루트들 하나 하나가 특색 있게 오르는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갈 때는 이른 아침인 6시 45분에 출발했는데도 동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가기까지 길이 막히는 바람에 여심바위 앞까지 2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등반을 마치고 미리 준비해 간 음식으로 베이스캠프에서 저녁식사까지 해결한 다음 판대천을 따라서 간현암벽장으로 산책을 다녀온 후, 느긋하게 출발한 덕택에 집으로 귀환할 때는 별다른 교통체증을 겪지 않았다.
여심바위의 시그니처 루트라 할 수 있는 '등반여신(25m, 5.10c)'의 상단 크럭스 구간에서 한 번의 로프 테이크를 받는 바람에 온사이트 완등 기회를 날려버린 순간이 조금은 아쉬웠다. '봄길(26m, 5.10b)' 루트에서는 올 들어 처음으로 시원스런 추락을 경험했다. 루트 상단의 사선으로 된 오버행 턱을 올라서는 구간에서 왼발을 대충 디뎠던 것이 화근이었다. 추락 후 곧바로 다시 붙어서 올라보니 도대체 왜 그곳에서 추락했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쉽게 돌파할 수 있었다. 선등할 때는 특히나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거나 신중하지 못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교훈을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내심 자연암벽에서 일부러라도 추락을 한 번쯤 연습하고 싶었는데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런 부상이 없었던 깔끔한 추락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신선한 충격 같은 느낌마저 있었다. 추락 순간에 확실한 빌레이를 봐준 든든한 자일파티인 은경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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