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파주 거인암장 - 2021년 2월 20일(토)

빌레이 2021. 2. 20. 21:12

이번 겨울 추위는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나는 형국이다. 요즘엔 한겨울에도 자연암벽에서 등반을 했다는 영상과 등반기가 인터넷에 심심찮게 올라온다. 전에는 일러도 3월은 돼야 자연암벽에 나갈 생각을 했었다. 내가 2월 중에 자연암벽에서 등반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지 싶다. 파주의 파평산 자락에 위치한 거인암장은 '겨울암장'이라 불러도 좋을만큼 하루종일 따스한 햇볕이 비추는 남향의 양지바른 언덕에 놓여 있다. 서울과 경기도 북부에서 겨울철 등반을 즐기기에 이만한 곳을 찾기도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크게 3개로 구분된 섹터에 총 30개가 넘는 루트가 개척되어 있는 넓은 거인암장에서 오늘은 운 좋게도 우리를 포함한 단 세 팀만이 단촐하게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팀은 바람까지 막아주는 2암장 앞의 아늑한 곳에 베이스캠프를 차려 놓고 평화로운 주변 분위기 속에서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약간은 망설였던 올해 첫 자연암벽에서의 등반을 멋지게 시작했다는 것이 기쁘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더욱 안전하고 즐거운 등반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 3암장의 '나우리(5.10a, 13m)' 루트를 톱로핑 방식으로 등반하는 중이다.
▲ 오늘 거인암장의 첫 손님은 우리팀이다. 어프로치가 짧아서 좋은 암장이다.
▲ 암장 입구에 전에 없던 근사한 안내도가 새롭게 설치되었다. 개척자분들의 애정 어린 노고에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다. 
▲ 루트 출발점에도 작고 귀여운 명패를 붙여 놓았다.
▲ 가장 쉬운 코스인 '여주(5.9, 15m)'에 붙는 것으로 올해의 첫 자연암벽에서의 등반을 시작한다. 2월에 자연암벽에서 등반하기는 처음이다.
▲ 2암장에서 가장 쉬운 루트인 '여주(5.9, 15m)'를 선등으로 오르는데, 처음이라서 그런지 예상보다 긴장감이 높았다.
▲ 두 번째로 오른 '자유(5.10a, 16m)' 루트는 몸이 풀린 까닭에 '여주'보다 오히려 더 쉽게 완등할 수 있었다. 
▲ 선등으로 줄을 걸고 내려와서 톱로핑으로 한 차례 더 등반하고 나니 긴장감도 풀리고 몸에 활력이 돋았다.
▲ 점심 후에는 아무도 없는 3암장으로 이동하여 등반했다. 기온이 올라서 겨울 조끼를 벗고 반팔 티셔츠를 걸쳤다.
▲ '선물(5.10b, 15m)'은 초반부의 오버행을 올라서는 것이 까다로워 깔끔하게 완등하지는 못했다. 
▲ 오버행 구간이 두 세 군데 나오는 '선물' 루트에 줄을 걸어 놓고 톱로핑 방식으로 연습했다. 거인암장에서 하강 자일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자기확보줄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톱로핑 자일을 설치할 때는 하강고리의 마모가 없도록 등반자의 퀵드로나 잠금비너를 사용해야 한다. 마지막 등반자는 하강기를 지참하여 본인 스스로 두 줄 하강하는 것이 하강고리의 마모를 최소화 하는 등반 예절이다. 
▲ '선물' 루트의 앵커에 올라서서 바라본 주변 풍경이 선물처럼 평화로웠다.
▲ 확보점에 올라서서 시원한 풍광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또한 자연암벽이 주는 큰 매력 중의 하나이다. 
▲ 3암장에는 동굴처럼 움푹 패인 곳에 고난도 루트인 '오페라하우스(5.12d, 15m)'가 있다. 이런 곳에 붙을 수 있는 날이 오기나 할런지 모르겠다.^^
▲ '선물' 바로 옆에 있는 '일마(5.10b, 15m)' 루트를 등반 중이다. 퀵드로 2개로 톱로핑 자일을 설치하여 하강고리가 마모되지 않게 조치했다.
▲ 출발점이 애매했던 '나우리(5.10a, 13m)'는 첫 볼트 좌측으로 오르니 홀드 찾기가 수월했다.
▲ 은경이가 '나우리'의 상단부 오버행 구간을 멋진 자세로 돌파하고 있다. '나우리'는 오버행을 넘아가는 동작이 재미 있는 루트였다.
▲ 힘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만족스런 등반을 즐겼던 거인암장은 '겨울암장'으로 불러도 좋을만큼 하루종일 양지바른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