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여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에 한 번은 다녀오고 싶었다. 주말과 휴일엔 백운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부러 피하기 마련이다. 주중에 오른다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북극 한파가 몰려온다는 일기예보에 오늘 산행을 잠시 망설였지만 기왕 마음 먹은 것이니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아침 9시에 집을 나서서 곧바로 칼바위 능선에 들어선다. 평일이니 주등산로가 한적하다. 영하 11도의 아침기온이지만 햇살 밝고 차가운 바람 없으니 산행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이다. 칼바위 정상의 쉼터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산성주릉을 따라 여유롭게 걷는다. 대동문, 동장대, 용암문, 봉암문(위문)을 차례로 거쳐서 백운대 정상을 밟는다. 실로 오랜만에 와보는 백운대다. 시간은 오후 1시 반이다.
백운대 일원의 쉼터가 마땅치 않아서 백운대 암장을 거쳐 백운산장으로 내려온다. 산장의 식탁에 앉아서 간식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응달이어서 춥기도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식탁에 앉는 걸 금지시켜 놓은 상태다. 할 수 없이 하루재에서 양지바른 영봉으로 올라서서 에너지를 보충한다. 상장능선을 따라 육모정 고개로 내려가는 중에 암장에서 같이 운동하던 용복씨를 우연히 만났다. 잠시 얘기를 나누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제 갈 길을 이어간다. 육모정 고개에서 내려와 우이령으로 통하는 넓은 길을 따라서 우이동 경전철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제법 길었던 북한산 산행을 마친다.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5시가 채 되지 않았다. 계속 걸을 수 있을 듯하여 버스를 타지 않고 우이천을 따라서 6시의 저녁식사 약속 장소인 수유역까지 산책삼아 걸어간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갑자기 내린 폭설에 교통이 마비되었다. 중간에 버스에서 내려 30분 정도를 걸어야 했다. 오랜만에 함박눈을 맞으며 밤길을 걷는 기분이 살짝 낭만적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동안 9시간 이상을 뚜벅이로 보냈다. 마음 밑바닥엔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는 만족감이 쌓였다. 건강검진 결과는 나의 잔여수명이 26.2년이라고 알려준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이라지만 우물쭈물 망설이다가 시간을 낭비하지는 말자는 다짐을 새롭게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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