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북한산(칼바위-백운대-영봉-우이천) - 2021년 1월 6일(수)

빌레이 2021. 1. 7. 04:35

새해를 맞이하여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에 한 번은 다녀오고 싶었다. 주말과 휴일엔 백운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부러 피하기 마련이다. 주중에 오른다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북극 한파가 몰려온다는 일기예보에 오늘 산행을 잠시 망설였지만 기왕 마음 먹은 것이니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아침 9시에 집을 나서서 곧바로 칼바위 능선에 들어선다. 평일이니 주등산로가 한적하다. 영하 11도의 아침기온이지만 햇살 밝고 차가운 바람 없으니 산행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이다. 칼바위 정상의 쉼터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산성주릉을 따라 여유롭게 걷는다. 대동문, 동장대, 용암문, 봉암문(위문)을 차례로 거쳐서 백운대 정상을 밟는다. 실로 오랜만에 와보는 백운대다. 시간은 오후 1시 반이다. 

 

백운대 일원의 쉼터가 마땅치 않아서 백운대 암장을 거쳐 백운산장으로 내려온다. 산장의 식탁에 앉아서 간식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응달이어서 춥기도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식탁에 앉는 걸 금지시켜 놓은 상태다. 할 수 없이 하루재에서 양지바른 영봉으로 올라서서 에너지를 보충한다. 상장능선을 따라 육모정 고개로 내려가는 중에 암장에서 같이 운동하던 용복씨를 우연히 만났다. 잠시 얘기를 나누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제 갈 길을 이어간다. 육모정 고개에서 내려와 우이령으로 통하는 넓은 길을 따라서 우이동 경전철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제법 길었던 북한산 산행을 마친다.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5시가 채 되지 않았다. 계속 걸을 수 있을 듯하여 버스를 타지 않고 우이천을 따라서 6시의 저녁식사 약속 장소인 수유역까지 산책삼아 걸어간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갑자기 내린 폭설에 교통이 마비되었다. 중간에 버스에서 내려 30분 정도를 걸어야 했다. 오랜만에 함박눈을 맞으며 밤길을 걷는 기분이 살짝 낭만적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동안 9시간 이상을 뚜벅이로 보냈다. 마음 밑바닥엔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는 만족감이 쌓였다. 건강검진 결과는 나의 잔여수명이 26.2년이라고 알려준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이라지만 우물쭈물 망설이다가 시간을 낭비하지는 말자는 다짐을 새롭게 하게 된다.              

 

▲ 만경대 우회로에서 바라본 백운대 정상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힘차게~~~
▲ 솔샘 발원지에서 복장과 장비를 다시 갖춰 긴 산행을 준비한다. 별로 춥지 않아서 조끼를 벗었다. 
▲ 동네 사람들이 아침운동으로 올라오기 좋은 마당바위. 칼바위 능선에서 처음으로 시야가 열리는 곳이다.
▲ 마당바위 위의 전망 좋은 암봉인데, 일출을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 암봉 아래의 평상 같은 바위는 내가 애용하는 쉼터 중 한 곳이다. 여기에서 커피타임을 가졌다. 
▲ 스티브님과 함께 했던 신년 산행 때는 범골약수터로 올라와 이곳에서 칼바위 주등산로와 합류했다. 
▲ 정릉에서도 칼바위능선에 진입할 수 있다. 이 합류지점에서 보는 도봉산 조망이 괜찮다.
▲ 국립재활원에서 시작하여 냉골약수터를 경유해서 칼바위능선에 오를 수도 있다.
▲ 오늘은 평일이니 칼바위의 전위봉인 문필봉에도 잠시 올라본다.
▲ 문필봉 정상 조망. 좌측의 나뭇가지 사이로 칼바위 정상부가 보인다.
▲ 칼바위를 오르던 중 뒤로 돌아보면 문필봉이 눈앞에 있다. 까마귀 한 마리가 바위 꼭대기에서 쉬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 칼바위 테라스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발효빵과 컵스프. 간소한 점심에도 장소가 좋으니 부러울 게 없다.
▲ 오늘 칼바위 정상에서의 조망. 추운 날에 공기는 맑아서 삼각산 정상부가 오늘따라 더욱 가까이 보였다.
▲ 햇살이 밝아서 평소에 잘 안 보이던, 사진 좌측 성벽의 오목한 부분인 보국문의 사각형 구멍까지 확실히 보인다. 
▲ 대동문에서 단체로 쉬지 말라는 경고문이... 
▲ 대동문에서 백운대 정상까지는 3킬로미터 거리다.
▲ 평소엔 우회하던 동장대도 들러보고...
▲ 도선사로 내려갈 수 있는 용암문은 대동문과 백운대의 딱 중간지점이다. 
▲ 겨울이면 미끄럽던 만경대 우회로가 잘 정비되어 안전해졌다. 백운대 암벽루트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이곳에서의 조망이 압권이다. 
▲ 좌측 아래로 눈을 돌리면 원효봉과 염초봉이 보인다. 
▲ 위문 아래에서부터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에 놓인 봉암문(위문)을 통과해서 좌측의 백운대 정상으로 향한다.
▲ 주말이면 정체 현상을 보이는 백운대 오르는 철난간이 오늘은 한가해서 좋다.
▲ 숨을 고르고 잠시 아래를 보며 쉴 수 밖에 없는 오르막 경사다. 예전엔 만경대 오르는 바위를 스타바위라 불렀다.
▲ 드디어 백운대 정상이다. 
▲ '신동엽 시인의 길' 암벽 루트를 통해 백운대로 올 수 있는 길이다. 
▲ 원효-염초 또는 약수릿지를 통해 백운대로 올 수 있는 바윗길이다. 
▲ 백운대 정상엔 한국산악회에서 세운 통일서원비가 있다. 통일이 되어 북한의 산도 자유롭게 오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 백운대의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인다. 나도 힘차게 살고 싶다.
▲ 작년엔 인수봉에서 가장 많이 등반했었다. 올해의 인수봉 등반도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북한산 정상이라는 유명세 때문에 평일에도 백운대엔 산객들이 적지 않다. 백운대 정상부에서 간식을 먹을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 청소년들이 운동화 차림으로 마을 뒷산 오르듯 백운대에 와서 고생하는 모습이다. 친구랑 있으면 무엇이든 괜찮을 때다.
▲ 오리바위를 보면 '녹두장군길'을 등반해서 이곳으로 올라오던 때가 생각난다. 
▲ 등산학교 암벽반이 자주 찾는 백운대 암장. 위문으로 가지 않고 백운대 암장을 통해서 백운산장으로 내려갔다.
▲ 백운산장은 폐쇄 되었다. 추운 겨울날에 따뜻한 국수 한그릇 사먹던 추억이 그립다.
▲ 백운산장에서 내려오는 길은 응달이어서 겨울철엔 매우 미끄럽지만, 최근엔 계단이 많이 생겨서 안전해졌다.
▲ 하루재로 가던 중 좌측으로 보이는 영봉의 양지바른 테라스가 생각나서 올라가기로 한다.
▲ 어차피 길게 걷기로 작정했으니 하루재에서 좌회전하여 영봉에 오르기로 한다.
▲ 영봉 정상부의 양지바른 테라스에서 에너지를 보충했다.
▲ 영봉에서 이어지는 상장능선의 움푹 패인 곳이 육모정고개다.
▲ 육모정고개에서 우이령길로 내려선다. 상장능선은 언제 다시 개방해줄런지...
▲ 우이령길로 가는 넓은 길 중간의 육모정고개 진입로가 재정비 되었다.
▲ 저녁 약속장소인 수유역까지 우이천을 따라 걸어갔다. 돌아보니 낮에 올랐던 백운대가 보인다.
▲ 둘리의 집이 쌍문동이라서 우이천에는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흔적이 많다. 
▲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고 있는 우이천의 유등이 아름다웠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었다. 언덕길을 올라가지 못한 차들 때문에 교통이 막혔다. 그래서 버스에서 내려 또 걸었다.
▲ 오랜만에 함박눈 흠뻑 맞으며 밤길을 걸어온 기분이 상쾌했다. 마음이 시키는 것을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삶을 살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