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운악산 백호능선에서 청룡능선으로 - 2020년 12월 26일(토)

빌레이 2020. 12. 27. 10:19

크리스마스 연휴기간을 집에서 조용히 보내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연일 천 명을 넘나드는 3차 대유행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멀리 가지 못하는 관계로 크리스마스 날 오후에 집 근처의 북한산으로 산책을 나가봤지만 평소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몰린 탓에 신경이 쓰였다. 한적한 산길을 오래 걷고 싶은 마음에 오늘은 아침 이른 시각에 집을 나선다. 공장을 다녀와서 말끔해진 애마를 타고 가평군의 운악산 현등사 입구로 향한다. 그동안 무심했던 내차를 좀 더 소중히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꼭 그 존재감을 표현하기 마련이다. 자가용 차가 있어서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이렇듯 쉽게 이동할 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내차를 아껴주지 않을 이유는 없다.

 

아침 8시 20분 즈음에 현등사 입구의 등로에 들어선다. 산객들이 거의 없을 거란 생각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벌써 삼삼오오 짝을 이룬 서너 팀이 산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평소엔 청룡능선으로 올라서 백호능선으로 하산하던 반시계 방향의 원점회귀 경로를 오늘은 반대방향으로 돌아보기로 작정한다. 백호능선은 대부분의 산객들이 택하지 않을 코스이니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탁월한 것이었다. 맑은 공기 듬뿍 마시면서 거의 사람들과 마주칠 일이 없었으니 시종일관 산행이 정말로 만족스러웠다. 서울을 벗어나서 여유로운 산행을 즐기고 싶을 때 별다른 곳이 떠오르지 않으면 가장 먼저 발길 닿는 곳이 운악산이다. 나에게 운악산은 제2의 북한산 같은 존재인 것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운악산에 대한 애정이 마음 속 깊이 넘쳐 흘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오래 전부터 눈여겨 보기만 했던 현리의 정갈한 설렁탕집에 들렀다. 인생 설렁탕이라고 해도 좋을 그 맛 또한 두고두고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근처를 지날 때면 일부러라도 다시 찾고 싶은 그런 행복한 맛이었다.

                      

▲ 운악산의 호젓한 등로인 백호능선에서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노송이다.
▲ 운악산 가평군 지역의 현등사 등로 입구. 이른 아침부터 산객들이 보였다.
▲ 정상에 이르는 가장 먼 경로인 좌측의 백호능선 방향으로 오른다.
▲ 운악산 등로 주변엔 넓은 데크로 된 쉼터가 곳곳에 있다. 이곳에서 모닝커피와 함께 머핀을 먹었다.
▲ 백호능선에서 처음으로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 내려다 본 풍경. 골프장과 사진 중앙의 주차장이 보인다. 주차료는 2천 원이다.
▲ 백호능선 오름길의 첫번째 봉우리 정상에도 넓은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 데크 앞에서 바라본 운악산 정상부의 모습. 사진 좌측은 가야할 백호능선, 우측에 현등사가 아스라히 보인다.
▲ 순하게 이어지던 백호능선 등로도 봉우리가 거듭될수록 험해진다.
▲ 백호능선 오름길 좌측 너머로 하늘금을 이루는 한북정맥길과 지난 겨울에 빙벽등반을 했던 써미트 빙폭이 보인다.
▲ 지난 겨울보다 강추위가 일찍 시작된 까닭인지 써미트 빙폭도 잘 얼어 있는 듯 보였다.
▲ 하늘계단이라 불렀던 백호능선의 계단도 지나고...
▲ 고사목도 구경하면서...
▲ 어느새 우측 발 아래로 현등사가 보이면 절고개가 멀지 않다는 뜻...
▲ 고인돌처럼 생긴 바위 아래의 석문도 통과하는 재미가 있다.
▲ 절고개 직전에 한북정맥길 갈림길을 만난다. 아직 걸어보지 못한 구간이어서 언젠가 걸어보고픈 길이다.
▲ 가평군의 현등사와 포천시의 대원사 사이의 절고개에 있는 이정표. 많은 산객들이 이곳에서 현등사로 하산한다.
▲ 남근바위가 보이는 양지바른 데크에서 점심을 먹었다.
▲ 남근바위라고 하는데....
▲ 이 마지막 계단을 올라서면 정상이다.
▲ 운악산 정상의 이정표.
▲ 오랜만에 비로봉 정상 인증사진을 남겨본다.
▲ 주능선이 가평군과 포천시의 경계를 이루기 때문에 운악산엔 정상석이 두 개 있다. 만경대도 포천에 하나 가평에 하나 두 곳이 있다.
▲ 가평군에 속하는 만경대에 올라서기 직전의 디귿자형 쐐기가 박혀 있는 계단이다.
▲ 청룡능선의 하일라이트인 미륵바위. 오늘은 하산길에 만났다.
▲ 미륵바위 아래에서 보는 병풍바위 절벽은 클라이머들을 유혹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깍아지른 직벽이다.
▲ 병풍바위 전망대에서 내려온 길을 뒤돌아 본다. 가슴이 뻥 뚤리는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 병풍바위 전망대를 오후에 찾으니 햇빛 방향이 맞아서 인증사진 남기기에도 좋다.
▲ 눈썹바위 아래에서 마지막 휴식을 갖고 천천히 하산했다. 전망 좋은 호젓한 산길을 길게 걸었다는 만족감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