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연휴기간을 집에서 조용히 보내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연일 천 명을 넘나드는 3차 대유행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멀리 가지 못하는 관계로 크리스마스 날 오후에 집 근처의 북한산으로 산책을 나가봤지만 평소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몰린 탓에 신경이 쓰였다. 한적한 산길을 오래 걷고 싶은 마음에 오늘은 아침 이른 시각에 집을 나선다. 공장을 다녀와서 말끔해진 애마를 타고 가평군의 운악산 현등사 입구로 향한다. 그동안 무심했던 내차를 좀 더 소중히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꼭 그 존재감을 표현하기 마련이다. 자가용 차가 있어서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이렇듯 쉽게 이동할 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내차를 아껴주지 않을 이유는 없다.
아침 8시 20분 즈음에 현등사 입구의 등로에 들어선다. 산객들이 거의 없을 거란 생각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벌써 삼삼오오 짝을 이룬 서너 팀이 산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평소엔 청룡능선으로 올라서 백호능선으로 하산하던 반시계 방향의 원점회귀 경로를 오늘은 반대방향으로 돌아보기로 작정한다. 백호능선은 대부분의 산객들이 택하지 않을 코스이니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탁월한 것이었다. 맑은 공기 듬뿍 마시면서 거의 사람들과 마주칠 일이 없었으니 시종일관 산행이 정말로 만족스러웠다. 서울을 벗어나서 여유로운 산행을 즐기고 싶을 때 별다른 곳이 떠오르지 않으면 가장 먼저 발길 닿는 곳이 운악산이다. 나에게 운악산은 제2의 북한산 같은 존재인 것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운악산에 대한 애정이 마음 속 깊이 넘쳐 흘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오래 전부터 눈여겨 보기만 했던 현리의 정갈한 설렁탕집에 들렀다. 인생 설렁탕이라고 해도 좋을 그 맛 또한 두고두고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근처를 지날 때면 일부러라도 다시 찾고 싶은 그런 행복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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