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후에 함박눈이 내렸다. 재택근무를 한답시고 하루종일 문지방을 넘지 못했다. 따뜻한 아파트 거실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창밖으로 흩날리는 눈발을 구경만 했다. 오늘 아침엔 밖으로 나가서 눈길을 오래 걷고 싶었다. 방학 중에는 대체로 일정이 자유로우니 아무리 바빠도 주중에 하루는 짬을 내어 산에 가리란 마음 속의 계획을 실천하고도 싶었다. 우이령길을 통해 교현리로 넘어가서 원각사에서 사패산에 오르고, 안골에서부터 백석천과 중랑천의 산책로를 따라서 도봉산역까지 8시간 30분을 꾸준히 걷는 것으로 마음 먹은 바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땅콩카라멜과 파워젤을 간간히 먹으면서 걸으니 한결 피로가 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래 걸을 땐 행동식으로 에너지를 적절히 공급해 주는 게 좋다는 사실도 실험해 볼 수 있었던 하루였다.
사전예약제 구간인 우이령길은 평일인데도 인터넷 상으로만 탐방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현장에 도착해서 스마트폰으로 매뉴얼에 따라 탐방허가를 위한 QR코드를 받아내는 것이 여간 번잡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예전처럼 탐방인원이 다 차지 않았을 경우엔 현장에서 간단히 신원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통과시켜 주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이다. 국립공원공단에서 모든 것을 전산화 해야 한다면 현장 근무자가 직접 입력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다. 산에 와서까지 통제 당하고 있는 듯한 씁쓸한 기분으로 시작했지만, 산길을 오래 걸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국내트레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칼바위-대동문-소귀골) - 2021년 1월 23일(토) (0) | 2021.01.25 |
---|---|
강촌의 산길 걷기(강선봉-검봉산-문배마을-봉화산) - 2021년 1월 16일(토) (0) | 2021.01.17 |
양주시 불곡산 둘레길 - 2021년 1월 9일(토) (0) | 2021.01.10 |
북한산(칼바위-백운대-영봉-우이천) - 2021년 1월 6일(수) (0) | 2021.01.07 |
북한산(칼바위-대동문-소귀골) - 2021년 1월 1일(금) (0) | 2021.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