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새해 첫 산행으로 북한산 칼바위에 올랐다. 허선생님이 운영하시는 Daum 카페 <고알프스>에서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친숙해진 스티브님과 처음으로 만나서 신년 산행을 함께 했다. 카페의 댓글을 통해서 이미 서로 교감을 나눈 때문인지 초면인데도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직장 일로 대구에 거주하고 계시는 스티브님께서 신년연휴를 서울 자택에서 보낼 예정이며, 가능하면 나와 같이 칼바위 능선 산행을 하고 싶다는 댓글을 며칠 전에 <고알프스>에 남기셨다. 나로서는 영광스런 일이 아닐 수 없어서 흔쾌히 일정을 약속하여 새해 첫날 가슴 설레이는 우리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첫 접선은 아침 9시 즈음 우리 집앞의 솔샘터널 버스정류장에서 이루어졌다. 보자마자 서로를 알아본 우리는 곧바로 칼바위 능선으로 향하는 등산로에 들어섰다. 우연의 일치인지 스티브님의 결혼한 아드님도 우리 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꾸리고 있다고 하신다. 해맞이를 다녀온 산객들이 제법 많아서 호젓한 산행을 위해 칼바위 탐방안내소를 통과한 직후에 주등산로를 벗어나기로 한다. 동쪽 산허리를 따라 이어진 인적 없는 오솔길은 내가 자주 산책길로 애용하는 루트이다.
나의 전용 쉼터 중의 하나인 삼성암 위의 도드라진 바윗턱에서 우리는 아침햇살을 한껏 받으며 첫 번째 커피 타임을 가졌다. 태양은 우리들 머리 위에서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아침 안개 속에 잠긴 서울의 빌딩숲 너머로 겹겹의 산맥들이 수묵담채화 속의 배경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수락산과 불암산, 망우산과 아차산의 마루금 너머로 한북정맥, 천마지맥, 용문산 주릉 등이 평화롭고 고요한 풍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우리는 커피숍에 앉아서 도란도란 애기 주고 받듯 한참 동안의 대화를 나눈 후 범골을 통해 주능선에 올라선 후 문필봉을 지나 칼바위 정상부의 테라스에서 제법 긴 점심시간을 가졌다.
스티브님께서 오고 싶어 하셨던 칼바위의 테라스는 오늘도 어김 없이 두 사람만의 안온한 쉼터가 되어 주었다. 우리는 칼바위 정상을 지나 산성주릉에 올라선 후 대동문을 통과하여 소귀천 계곡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신축년 소띠 해에 소귀천 계곡을 따라 걷는 것도 우연처럼 기분 좋은 일이다. 영하의 추위에도 맑은 계곡물은 크리스탈처럼 영롱한 얼음 사이로 졸졸졸 흐르고 있었다. 아직 한겨울 속이지만 벌써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자연의 몸짓을 보는 듯했다. 약속처럼 봄은 또 올 것이다. 코로나 사태 속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이동으로 하산하여 조촐한 뒷풀이를 하고 헤어질 때까지 스티브님과 나의 대화는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등산과 문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많아서 그런지 막걸리 한사발에도 대화는 쉽게 무르익었다. 새해 첫날에 처음 만난 스티브님과 새로운 산친구 되어 걸었던 산길이 더없이 평화로웠다. 신축년 새해가 오늘의 순수한 만남과 편안한 산행처럼 유유히 흘러가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아울러 내 삶도 작은 일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소처럼 우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 진보하는 새해가 되기를 다짐해 본다. 일부러 먼길 찾아 오셔서 길동무 되어 주신 스티브님께 감사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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