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인수봉 '인수A-민남-영' (2020년 10월 11일(일))

빌레이 2020. 10. 12. 09:39

모든 등산학교들이 인수봉으로 총 출동한 듯했다. 우이동 경전철역을 빠져나온 순간부터 암벽등반 장비를 둘러멘 클라이머들이 도선사주차장으로 올라가는 택시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근래에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우이동 약속장소에서 4명의 악우들이 8시 정각에 기범씨의 차로 출발하여 도선사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마땅히 주차할 장소를 찾기가 힘들었다. 새로운 차들이 계속 몰려드는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새벽 산행을 마치고 일찍 하산하는 등산객을 기다렸다가 가까스로 차를 댈 수 있었다. '취나드B'길 출발점에서 오늘 캐리(CARI, Climbing of All Route in Insu-peak)의 베이스캠프인 오아시스로 오르는 루트 주변도 시장통을 방불케 할만큼 많은 등반자들이 매달려 있었다.

 

우리팀은 많은 등반자들로 북적대는 오아시스의 주변 환경에도 흔들림 없이 차분하게 캐리(CARI)의 이번 순서인 '인수A'길에 붙을 수 있었다. 변형 루트로만 몇 차례 오른 적이 있는 '인수A'길이다. 오늘은 오리지널 루트인 오아시스부터 직선으로 뻗어 올라가는 침니와 크랙을 따라서 등반했다. 몸을 비벼대야 하는 오프위드(off width) 크랙 구간을 피하고 싶어서 이전엔 변형 루트로 올랐던 것인데, 이번엔 처음으로 고전적인 루트인 '인수A'를 정코스로 제대로 올랐다는 만족감이 컸다. 점심 후에는 캐리(CARI)의 연속으로 '민남'과 '영'길을 이어서 등반하고 하산했다. 주변 환경에 개의치 않고 우리의 등반 목표를 묵묵히 실천했다는 뿌듯함이 남는 보람찬 하루였다.         

 

1. '인수A'길 3피치 후반부를 스태밍 자세로 오르고 있다. 아직은 스태밍 자세가 어정쩡하다.
2. 오아시스에서 직선으로 뻗어 올라가는 침니와 크랙이 '인수A'길의 등반선이다.
3. 기범씨가 '인수A'길의 2피치 초반부를 출발하고 있다.
4. 기범씨는 선등자에겐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2피치와 3피치를 끊지 않고 단 번에 올라버렸다.
5. 은경이가 '인수A'길 2피치 초반부를 올라서고 있다. 나는 초반에 침니로 살짝 들어갔다가 중간부터 밖으로 나오니 괜찮았다.
6. 은경이가 안정적인 스태밍 자세로 '인수A'길의 3피치 후반부를 통과하고 있다. 등반자 우측의 벽은 이틀 전에 올랐던 '인덕'길 크랙이 있는 곳이다. '인덕'길의 모서리 부분에서 오른발을 딛고 내려섰던 발홀드가 '인수A'길에서는 좋은 손홀드가 되었다.
7. 내가 등반 중에 잠시 쉬면서 3피치 확보점을 촬영한 사진이다. 우리 좌측에서 다른 팀이 '인수A'길의 변형 루트로 오르고 있다.
8. '인수A' 3피치 확보점에서 후등자 확보 중이다. 해가 비치는 오전엔 얇은 바람막이 자켓을 입었다.
9. 오아시스 주변과 대슬랩 아래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10. '인수A'길의 마지막 구간인 4피치 후반부를 올라서고 있다.
11. '인수A'길의 종착점인 4피치 확보점에서 후등자 확보 중이다. 어느새 인수봉 주변이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12. '인수A'길의 종착점은 정상으로 향하는 영자크랙의 출발점이다.
13. 오아시스 주변에서 빈 루트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클라이머들이 붙어 있는 가운데, 때마침 비어 있는 '민남'길을 기범씨가 오르고 있다.
14. '민남'길에서 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동벽이 음지로 변한 오후엔 조금 두꺼운 자켓을 입었다.
15. '민남'길 후반부의 밴드로 된 턱을 올라서기 직전에 잠시 쉬는 순간이다.
16. 우리팀 좌우에서 '여명'길과 '의대'길을 등반하는 팀들 사이로 대섭이가 '민남'길을 오르는 중이다.
17. '영'길 후반부를 오르고 있는 중이다. '민남'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쉬웠던 '영'길이지만 후반부는 살짝 어려웠다.
18. 고전적인 바윗길인 '인수A'를 개념도 상에 나타나 있는 정코스로 올랐다는 만족감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