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 ICN - 2023년 12월 25일(월)

빌레이 2023. 12. 26. 05:12

간밤에 눈이 내렸다. 몇 년 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했다. 애초의 계획 상으로는 이번 연휴 때 어머님을 찾아뵈러 고향집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호남지방에 눈이 많이 내린다고 하여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갑자기 생긴 공휴일의 빈 시간을 클라이밍이나 등산 없이 허송하는 게 싫었다. 집 안에서 읽던 책이나 마저 읽을까 하다가 이틀 전에 갔던 인천의 디스커버리 암장에 다시 가서 운동하기로 했다. 암장으로 향하는 길엔 함박눈이 흩날렸다. 이런 날엔 눈산행을 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운전하면서 조금은 긴장했으나 대로여서 눈이 쌓이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크리스마스 당일이라 젊은 클라이머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은 암장은 이틀 전보다 한결 붐비지 않았다. 좀 더 익숙해진 암장에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매달릴 수 있었다. 지난 번에 붙어보지 못했던 안쪽 리드월의 난이도 5.10b 루트 2개를 온사이트로 완등할 수 있어서 기분 좋았다. 리드 등반을 마치고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에서 지구력벽에도 처음으로 붙어 보았다. 오늘은 완등에 실패했던 5.10c 루트와 그 이상의 난이도에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싹텄다. 그동안 좀처럼 발동하지 않던 내 안의 도전의식이 꿈틀거렸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