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은 임진강의 제1지류이자 한강의 제2지류로 휴전선 이북의 북한에서 발원하여 철원, 포천, 연천 지역을 차례로 흐른다. 한탄강이 특별한 이유는 여느 강과 달리 화산지대를 관류하여 제주도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현무암과 주상절리로 구성된 협곡이 길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어느 겨울날 철원의 진산인 금학산 정상에서 시원스레 펼쳐진 철원평야를 조망하던 중 발견한 이색적인 풍광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평평한 지대에 움푹 패인 까만 협곡이 아름다운 곡선으로 굽이치던 장장 134.5km에 이르는 한탄강의 일부분을 본 순간이었다. 한탄강 일대는 2015년 환경부에 의해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된 데 이어, 2020년 7월 7일엔 국내에서 4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다.
국가지질공원과 유네스코 인증을 받은 후 재인폭포 주변이 새롭게 단장되었다는 소식이 떠올라 이 참에 구경해 보기로 했다. 봄날처럼 포근한 날씨에 파주의 암장이 붐볐던 탓에 클라이밍을 길게 하고 싶지 않아서 생긴 여유 시간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재인폭포는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의 한탄강 주변에 자리한다. 주차장에서 한탄강을 따라서 재인폭포까지 이어지는 왕복 2km의 산책로가 으뜸이었다. 주변 산줄기를 둘러 보면서 포천시와 연천군의 경계를 이루는 종자산의 노송능선에서 내려다 보던 한탄강의 모습이 뇌리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모래톱이 살아 있는 강줄기의 곡선과 깍아지른 현무암 절벽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구경할 수 있었다. 옛날에 줄타기 재인(광대)의 처를 탐한 포천 원님이 재인으로 하여금 폭포 위에서 재주를 부리게 하고 줄을 끊어 재인을 죽이고 난 후, 그의 부인을 범하려고 하자 부인이 원님의 코를 물어 정절을 지켰다는 한이 담긴 전설이 전한다. 그 후 이 고장을 '코문이'라 부르기 시작해 현재 고문리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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