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금요일 늦은 오후 시간이다. 강의 준비를 얼추 끝내고 연구실을 나와 시내 나들이를 간다. 예전엔 가끔 산길을 걸어서 광화문에 있는 책방에 다녀오곤 했었다. 산벚꽃과 진달래가 한창인 요즘이라면 걷는 발걸음이 더욱 가볍다. 시력이 약해진 이후로는 책방 나들이도 시큰둥 해졌다. 오늘은 종로 5가에 있는 등반 장비점에 가는 길이다. 학교 정문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광화문에서 내린다. 일단 서점에 들러본다. 관심 있는 책들을 구경하다가 답답함을 느껴 밖으로 나온다. 청계천변을 걸어서 종로 5가까지 간다. 천변의 버드나무는 어느새 푸른빛이다. 부드러운 새잎을 따먹는 비둘기들이 이채롭다. 도심 속을 가로지르는 청계천의 맑은 물줄기를 보면서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등반 장비들을 구경하고 필요한 것을 구매하는 것도 작은 기쁨이다. 시내 나들이 갈 때마다 일부러 걷고 싶은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 내가 누리는 소박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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