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와 본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정치와 선거, 공부와 성적, 아마추어와 프로 스포츠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인간 사회의 갈등을 조정해서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정치 본연의 목적일 것이다. 혹자는 인간의 욕망이 서로 부딪히는 지점에서 최선의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 정치라고 했다. 국회의원 같은 직업적인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선거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선거는 생업에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경쟁사회의 일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는 것과 만족스런 성적을 얻는 것이 다를 수 있다. 직업적인 운동 선수에게 그 운동이 항상 재미 있을 수는 없다. 보여지는 화려한 경기의 이면에는 죽도록 힘든 훈련 과정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본업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취미 생활에서까지 이러한 경쟁에 내몰릴 필요는 없다.
생업은 필수적이지만 고단하기 마련이다. 의미 있는 딴짓하기 또한 우리 삶에서 생업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이다. 취미는 대표적인 딴짓이다. 취미를 갖는 것이 고단한 밥벌이의 일상을 떠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단순한 목적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저마다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천성이 발휘되는 측면이 취미 생활 속에는 강하게 깃들어 있다. 그런데 취미마저도 본업처럼 경쟁 속에 내몰리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취미 생활 속에서 또다른 종류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종종 있는 것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등산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을 당시의 내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산이 좋아서 산길을 걷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꼈던 시기엔 산을 제대로 다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릿지화의 마찰력에 매료되어 별다른 장비 없이 서울 근교의 바위산을 오르내렸던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산에 빠져들었다.
암벽과 빙벽 등반을 배우고, 해외 산행과 알프스 알파인 등반을 다녀오면서 등산은 내 삶에서 뗄 수 없는 취미가 되었다. 운동 삼아 하고 있는 스포츠클라이밍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자연 암벽에서의 등반 활동을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나의 산행 활동과 암장에서의 운동이 뭔가 편안하지 않은 느낌이다.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겉으로는 남들과 경쟁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은연 중에 남을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일이다. 본업과 취미는 선후가 있어야 하고, 생활에 있어서 두 가지 요소는 적절한 균형감을 유지해야 한다. 자꾸 나태해지고 게을러지기 십상인 나의 몸과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취미가 유행을 따르면 더 이상 취미가 아니라는 어느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유행이란 남을 의식하고 남들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남에게 잘 보이는 것은 우리네 삶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자기가 행복감을 느끼는 취미 생활이 되어야 한다. 이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되새길 일이다.
▲ 샤모니 몽블랑 알프스에서의 알파인 등반이 가장 기억에 남는 등반이다. 2013년 7월.
▲ 북한산의 바위가 집 가까이 있어서 좋다. 2013년 6월 인수릿지에서의 등반 모습.
▲ 대구 팔공산 병풍바위에서 알프스 등반가 허긍열 선생과 처음으로 줄을 묶었다. 2010년 10월.
▲ 암벽 등반에 입문한 후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설악산 등반을 갔을 때의 모습. 2010년 10월.
▲ 산에서의 풍경 사진 찍기에 열을 올렸을 때의 모습. 2008년 5월.
▲ 한창 릿지 등반에 빠져들어 있을 때의 모습. 2005년 10월.
▲ 대학생이던 시절부터 산을 좋아했었다. 1989년 여름, 오대산 비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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