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봄에 대한 단상

빌레이 2016. 3. 1. 21:25

겨울의 끝자락에 서면 누구나 봄이 기다려지게 마련이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가 되면 새로운 계절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패션에서도 계절을 조금은 앞서가는 것이 좀 더 세련된 코디법이라고 한다. 낡은 것보다는 새로운 것을 더 갈망하게 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무더위에 지친 여름의 끝자락에서는 어서 빨리 시원한 가을이 찾아오기를 바라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계절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큰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봄이 으뜸일 것이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고 만물이 생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봄이란 시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새로운 학기를 봄철에 시작하는 우리 나라는 봄이 갖는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봄은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어로 봄은 "스프링(spring)"이다. 땅 위로 용수철처럼 쏙쏙 돋아나는 새싹을 보면서 스프링이란 단어가 봄에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말인 "봄"은 영어의 "스프링"보다 봄이란 계절을 더욱 포괄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봄"을 동사인 "보다"의 명사형으로 해석하면 매우 그럴듯한 표현이 된다. 겨울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봄이 되어 우리들의 눈에 포착되는 생명체가 한둘이 아니다. 용수철처럼 돋아나는 새싹들뿐만 아니라 봄이면 새롭게 보이는 생명체들을 원없이 볼 수 있는 것이다. 땅 위에 바짝 엎드린 들꽃들 중에서도 봄에 피어나는 꽃은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다. 이러한 관점에서 봄은 다분히 시각적이다.


따뜻함이 간절해질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은 피부에 느껴지는 부드러움이기도 하다. 봄이 한창 무르익어서 아카시아 꽃향기가 주위를 감싸는 때가 되면 봄은 후각을 통해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온다. 봄이 되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기억의 편린들이 있다. 꽃샘 추위로 쌀쌀한 3월의 첫날인 오늘 나의 뇌리에 떠오르는 영상은 벨기에 루벤의 봄 풍경이다. 안식년이었던 2010년도에 봄을 보냈던 그곳에서 나는 가장 여유롭게 봄을 만끽하고 이국의 자연과 주변을 관찰할 수 있었다. 옛 사진들을 펼쳐보면서 그때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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