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조어 중에 '웃프다'란 말이 있다. '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로 웃기기는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신조어는 낯설고 어색하기 마련이지만 현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 웃프다란 말 속에도 요즈음의 서글픈 우리네 일상이 잘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현대 문명이 발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표면적인 삶의 질도 높아졌다. 하지만 심화된 빈부격차 만큼이나 개인의 일상은 상대적인 빈곤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또한 웃픈 현실이다. 그래도 우리는 좀 더 나은 세상을 가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힘들고 서글픈 세상이라도 사랑만은 잃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사랑으로 살기 때문이다.
소설가 이기호 씨가 지은 단편소설보다 짧은 이야기 40편을 엮어 놓은 책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웃기지만 슬픈 우리 이웃들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잠시 틈날 때 한 편씩 읽는 재미와 감동이 쏠쏠했다. 희망 없고 서글픈 현실 속에서도 웃음을 전하고 싶은 작가의 치열한 노력이 이 책 속에 깃들어 있다. 유머와 위트를 겸비해서 다른 이들을 웃게 만들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이야기는 읽고 난 후 파안대소를 할 만큼 웃기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이야기도 있고, 가슴을 먹먹하게 하거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얘기들도 담겨있다. 안톤 체호프, 오 헨리, 톨스토이의 단편집이 연상되는 책이다. 웃픈 현실 속에서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톨스토이 선생의 말처럼 사랑을 키우고 전파해야 하는 책임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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