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사람들을 많이 만난 한 주간이었다. 금요일에는 나의 첫 직장이었던 연구소의 동문회가 있다고 하여 대전에 다녀왔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이 반가웠다. 토요일 저녁에는 장인어른 생신 잔치를 겸한 처가 식구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가족들 간의 만남은 항상 즐거운 얘기꽃을 피우는 자리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훈훈한 만남의 자리에서 외모에 관한 얘기로 인사를 나누게 되는 것이 상례이다. 듣기 좋은 소리라면 괜찮지만 나 같이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서 대머리의 반열에 들어간 사람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은 인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머리가 죄도 아니고 해서 적당히 얼버무리고 상황을 넘기곤 하지만 여전히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럴 때면 나만이라도 다른 사람의 외모에 대하여 너무 쉽게 발설하는 결례를 범하지 않아야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외모를 중시하는 요즘의 세태는 천박한 것이다. 인생의 깊이와 풍성함을 더해줄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한낮 외모 꾸미기에 관심을 쏟고 있느냐고 젊은이들을 꾸짖을 수만도 없는 세상이다. 이러한 천박함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나는 사람의 외모와 첫인상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겉사람보다는 속사람을 중요시 해서 시간을 갖고 사람을 알아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견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좋은 사람들은 진솔함으로 남는다. 가짜는 오래 가지 못하고 진짜는 시간이 흐를수록 보석처럼 빛난다. 어떤 사람의 외모라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한다. 차가운 인상의 미인보다는 밝고 환하게 웃는 평범한 얼굴이 훨씬 아름답게 보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문득 풍경 사진 찍기에 관심이 많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의 나는 고요한 호수에 비친 반영을 특별히 좋아했었다. 사광을 받아 빛나는 산줄기가 호수에 담길 때 그 호수의 표면은 아름다운 자연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풍경과 반영이 어우러져 대칭을 이루는 그 모습은 완벽한 조화로움이다. 사람들도 그대로의 모습보다 그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비춰주는 자연 속의 거울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실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
▲ 2008년 여름, 캐나다 밴프의 버밀리온 호수에서 찍은 컷.
▲ 2012년 7월, 캐나다 밴프의 루이스 호수에서 얻은 반사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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