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동대문에서 혜화문까지 서울 성곽길 걷기 - 2014년 10월 19일

빌레이 2014. 10. 19. 19:30

어제는 큰누나 아들인 조카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태어날 때 내가 이름을 지어준 조카라서 감회가 남다르다. 세월 참 빠르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조카 녀석이 세상에 태어났을 즈음에 나는 서울에서 홀로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가끔 안양의 큰누나 집에 놀러가서 유난히 귀여웠던 조카들을 보는 즐거움이 컸었다. 조카는 그리 넉넉치 않은 가정 환경 속에서도 의젓하게 잘 자라 주었다.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어엿한 대기업의 전자회사에 취업하여 큰누나 부부를 즐겁게 해드렸다. 보기 좋은 조카 부부의 앞날에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스포츠클라이밍을 열심히 했던 탓인지 벌써 암벽화 밑창이 닳고 앞 부분에 구멍이 나버렸다. 하는 수 없이 일주일 전에 수선을 맡겼었다. 암벽화도 찾아오고 새로운 암벽화도 구입할 생각으로 종로의 장비점에 다녀왔다. 자연암벽을 등반할 때 주로 신는 미국 파이브텐사의 슬랩용 암벽화로는 실내 암장에서 원하는 동작을 만족스럽게 취할 수 없었다. 앞으로 간간히 있을 창갈이에 대비하기 위해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벌브사의 샤만과 비슷한 기능을 발휘할 듯한 암벽화를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태리 스카르파사에서 나온 제품으로 비브람 창이 사용된 베이퍼브이를 신어보니 착화감이 괜찮아서 구입을 결정했다. 라스포티바사의 미우라를 신어 보았으나 베이퍼에 비해서 딱딱하고 발이 매우 아파서 길들이는 데에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내일 암장에서 베이퍼브이를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에 은근히 기대가 된다.

 

토요일에 산을 찾지 못한 그 다음 주의 일상은 좀 더 피곤한 듯하다. 이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서는 산책이라도 다녀와야 몸이 가벼워진다. 장비점에 다녀오는 길에 동대문에서 낙산을 거쳐 혜화문까지 이어진 서울 성곽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아직은 완벽하게 복원되지 못한 서울 성곽길이지만 잘 정돈된 구간들은 많은 시민들이 산책하기 좋은 곳이 되었다. 낙산 정상에서 혜화문까지 이어진 아름다운 산책로를 거닐면서 무분별한 재개발보다는 아기자기한 서민들의 일상이 침해받지 않는 선에서 보존될 가치가 있는 것들은 보호 받을 수 있는 환경 미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갖게 된다. 대학로에서 삼선교로 넘어가는 고갯길에서 끊어진 서울 성곽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날을 그려보며 가을날 주일 오후의 짧은 산책에 감사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