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미니어처 자전거와 연구실의 소품들

빌레이 2014. 11. 2. 20:00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 조그만 기념품들을 사오는 버릇이 있다. 선물을 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내가 주변에 놓고 보면서 즐길만한 물건들도 꽤 있다. 작은 공간인 내 연구실에는 태양열 에너지로 작동하는 미니어처 자전거 한 대가 있다. 독일 뮌헨에 있는 도이치뮤지엄에서 구입한 것이다. 다분히 정적인 연구실에서 유일하게 동적인 물건이다. 동쪽으로 창문이 나있는 연구실에 햇살이 비치는 아침에 출근하면 이 녀석이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다. 무생물이지만 햇빛에 반짝이는 몸짓으로 주인을 반겨주는 애완동물 같아서 기분 좋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

  

그리스 출장 때 사온 작은 조각품 세 점은 나의 학문적 영웅들을 대변하고 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피타고라스의 동상은 내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기쁨으로 받아들이게 해주는 힘이 있다. 오래 전 로마에서 사온 원반 던지는 사람은 신체의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한다. 요즘엔 은근히 동상의 복근이 부러워진다. 나하고는 거리가 먼 얘기로 치부했었으나 클라이밍을 열심히 하다보면 내 몸에도 복근이 생길지 모른다는 공상을 하게 만드는 것도 이 녀석이 원인이다. 설악산에서 오는 길에 인제의 목공예박물관에서 구입했던 부엉이 목각상은 밤에도 두 눈을 밝히고 열심히 연구에 전념해 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지만 요즘엔 잘 되지 않고 있다. 갈수록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때가 잦아진다. 젊은 시절 한밤중보다는 새벽 시간을 더 요긴하게 보냈던 그 열정을 되찾아야 한다. 새벽을 깨우는 열정을 부엉이의 눈에서 상기시킬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