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 처음 부임한 때는 2004년 3월이다. 몇 주 전의 개교기념일 행사 때 장기근속 10년을 기념하여 공로패와 부상을 받았다. 내가 소속된 학과에서는 조그만 화분을 선물해 주었다. 지나고 보니 10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요즘엔 한 직장에서 10년 이상을 몸 담고 지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전 직장에서는 7년여를 근무했었다. 장기근속 10년이라고 해서 별로 특별한 감흥은 없다. 지나온 10년 간의 시간들을 잠시 반추해볼 뿐이다. 과거의 일에 잘 얽메이지 않는 나의 습성 때문이기도 하다. 앞만 보고 달렸던 처음 몇 년 간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래도 고달펐던 그 순간의 기억들이 더 오래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매너리즘에 빠져들기 쉬운 지금의 시기를 지혜롭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청춘의 척도가 단순한 육체적 나이를 의미하지 않듯 항상 새롭게 몸과 마음을 닦아내야 할 것이다. 지금 누리는 여유로움이 나태함의 수렁에 빠져드는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마음은 여유롭게 하되 몸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여유로움을 바탕으로 한 지혜를 발휘하여 내게 주어진 교육과 연구에 전념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를 붙들고 직장 내에서 섬기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처음 이 학교에 부임할 때에 가졌던 꿈이 다시금 빛나게 만들어야 한다. 식어진 열정을 불태워야 한다. 열정과 사랑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닌 것이다. 으뜸이 되고자 하면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 장기근속 기념으로 받은 난 화분 앞에서 다짐해 보는 삶의 자세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 그들처럼 떠나라! (0) | 2014.11.09 |
---|---|
미니어처 자전거와 연구실의 소품들 (0) | 2014.11.02 |
동대문에서 혜화문까지 서울 성곽길 걷기 - 2014년 10월 19일 (0) | 2014.10.19 |
유성용의 <여행생활자> 독후감 (0) | 2014.09.19 |
등반 루트 명칭과 표시 방법 (0) | 2014.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