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등반을 즐기면서 바윗길을 개척한 사람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대부분의 개척자들은 아무런 보상도 없는 그 일을 열정 하나만으로 해낸다. 개인의 시간과 재정을 투자하여 새로운 등반선을 만들어 내어 다른 클라이머들의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면 그렇게 하기 힘들 것이다.
새롭게 개척된 바윗길은 등산잡지나 인터넷 등의 대중 매체 또는 입소문 등을 통해 클라이머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암장이나 멀티 피치 암벽 코스의 현장에 가보면 대부분 그 루트를 나타내기 위한 표시가 있다. 바위에 페인트로 루트명을 적어 놓거나 작은 동판이 설치된 곳도 있고, 관청의 도움을 받아서 만들어진 것 같은 반듯한 안내판도 있다. 여러 가지 모양으로 설치된 표시들을 보면서 개척자들의 정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등반선을 나타내는 루트 명칭을 정하는 것과 그 표시는 바윗길 개척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공 암벽에서의 루트 표시는 난이도와 루트 세터의 이름을 적어 놓는 것으로 갈음한다. 루트마다 특별한 명칭이 있는 건 아니다. 자연 암벽에서의 루트 명칭은 개척자들이 정하는 것 같다. 산악회의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개척 당시의 사연이나 바윗길의 특징이 담긴 멋스런 이름들도 많다. 바윗길 개척자들의 애착이나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담겼을 아름다운 루트 명칭들이 좋아 보인다. 등반 루트 표시 방법이 자연스럽고 예술적인 것이라면 더욱 인상적인 바윗길로 남을 것이다. 내가 가본 곳 중에서는 춘천의 의암바위 암장과 운악산 신선대 암장의 루트 표시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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