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한 아크로폴리스 전체를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 필리파포스 언덕이다. 이 필리파포스 언덕 정상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죽기 직전에 갇혀 있었다는 감옥이 있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당시 엘리트로 구성된 소수의 과두정치와 직접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민중 세력 간의 대립으로 빚어진 정치적 혼란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토론과 문답을 통해 진리에 이르는 길을 택했던 소크라테스가 대중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 때문에 반민주적 인사로 오인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유명한 "악법도 법이다"란 말을 남기면서 소크라테스는 고대인들의 민주주의 정신을 지켜주기 위하여 억울한 죽음을 마다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서양 철학의 출발점이랄 수 있는 소크라테스의 흔적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크라테스의 감옥을 방문한 감회는 남달랐다. 철학 서적에 빠져 살던 젊은 날의 한 때가 연상되어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걸어다녔을 거리를 걷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필리파포스 언덕 정상에서 아크로폴리스와 아테네 시가지를 조망한 후 내려오는 길에 소크라테스의 감옥을 돌아보았다. 길을 잘못들어 헤매고 있을 때 운동하시던 할아버지 한 분의 친절한 안내로 감옥을 찾을 수 있었다. 절벽에 굴을 파고 철창을 만든 감옥은 특별한 보호 장치 하나 없이 안내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감옥을 구경하면서 소크라테스를 상상해보다가 주변의 절벽에서 어설픈 볼더링 흉내를 내본다. 자유로운 토론과 대화를 즐겼던 소크라테스 선생의 영혼이 그를 흠모하여 머나먼 동양에서 찾아온 한 나그네의 철없는 몸짓을 웃으면서 내려다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 소크라테스의 감옥은 필파포스 언덕 중간의 숲 속에 있는 절벽에 있다.
인공적인 홈이 패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엔 절벽 앞에 건물이 있었던 것 같다.
▲ 감옥은 절벽에 동굴을 파서 만들었다.
▲ 감옥 옆의 자연 절벽에 매달려 보았다.
▲ 볼더링을 즐길 수 있는 이런 석회암질의 오버행 절벽이 우리 나라엔 드물다.
▲ 운동을 하시던 할아버지 한 분의 도움으로 소크라테스의 감옥을 찾을 수 있었다.
▲ 서양 철학의 기원이랄 수 있는 소크라테스의 흔적을 책 속이 아닌 실제의 장소에서 느낀 감흥이 남달랐다.
▲ 아크로폴리스 정상부에서 본 필리파포스 언덕. 사진 우측의 숲속 중간 즈음에 소크라테스의 감옥이 있다.
▲ 아크로포리스 방향에서 필리파포스 언덕 정상으로 향하는 진입로에서 얼마 가지 않아 나타나는 소크라테스의 감옥 이정표.
그리스 문자는 수학 기호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내게는 특별히 친근하다.
▲ 이정표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감옥이 있지만 정상에서 다른 길로 내려오는 도중에 찾느라 애를 먹었다.
사진 중앙의 벤치 우측에 감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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