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을 읽고 - 2011년 12월 31일

빌레이 2011. 12. 31. 20:02

2011년 한 해도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참 힘든 한 해였다.

마지막 주인 이번 주까지도 발목 수술을 받으며 육체적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다.

힘겨운 한 해를 마감하는 감회가 남다르다. 주어진 삶의 무게를 감내해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그간 틈틈이 읽어오던 <조화로운 삶>을 끝까지 읽고나니 자연스레 지나온 한 해가 반추된다.

지금같은 세밑에 지난 삶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새해의 삶을 차분히 계획하는 데 좋은 책을 만난 것 같다.

입원해 있을 때 병상에서 아내가 읽어주면서 서로 공감하는 바가 많았던 책이라서 더욱 뜻깊다.

 

부부인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이 쓴 <조화로운 삶>의 원제는 "Living the Good Life"이다.

직역하면 "좋은 삶을 살기"인데 시인 류시화씨가 번역하면서 "조화로운 삶"이라 했다.

"좋다"는 말의 어원이 "조화롭다"라는 점을 상기하면 아주 재치있는 번역이 아닌가 생각한다.

책 내용을 읽어봐도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이 좋은 삶이란 것을 알 수 있으니 여간 자연스러운 게 아니다.

미국의 대공황 시절이던 1932년에 니어링 부부는 대도시 뉴욕에서 버몬트 시골로 이사하여 새로운 삶을 개척한다.

이 책은 그 이후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 부부가 버몬트 숲 속에서 산 스무 해의 기록을 담고 있다.

 

자연과 동화된 이상적인 삶을 꿈꾸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이 연상되는 이 책은 <월든>보다 구체적이다.

오래 전에 읽었던 <월든>이 다소 정적이고 철학적인 중후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면,

<조화로운 삶>은 귀농일기 같은 세밀함과 시시콜콜한 일상에서 현명한 지혜를 발휘하는 삶의 기록 때문인지 좀 더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농촌에서 자연을 즐기고 만족스런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도시에서보다 오히려 더 많은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보통의 농부들처럼 경제적인 목적을 위해서 농사를 지을 경우엔 도시의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이

무한 경쟁의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유년기와 소년기를 농촌에서 농부인 부모님과 살았던 나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직시할 수 있었다.

나의 뇌리에 남아있는 농삿일은 인간의 한계를 몸소 느끼는 현장이며, 힘든 일의 연속일 뿐이다.

 

헬렌과 스코트는 보통의 농부들과 달리 좋은 삶을 살기위한 시골 생활의 원칙을 정하고 이를 실천한다.

"채식주의를 지킨다. 하루를 오전과 오후 둘로 나누어 빵을 위한 노동은 하루에 반나절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쓴다.

한 해의 양식이 마련되면 더 이상 일하지 않는다."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책 속에는 돌집 짓기의 즐거움, 채소 가꾸기와 채식의 즐거움, 숲과 나무들로부터 에너지를 자급하는 즐거움,

적게 소유하고 생각을 공유한 사람들과의 즐거움 등에 대한 기록이 들어있다.

저자들이 말하는 가장 조화로운 삶은 "이론과 실천이, 생각과 행동이 하나가 되는 삶"이다.

 

"건강한 몸, 균형 잡힌 감정, 조화로운 마음, 더 나은 생활과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꿈을 간직한 삶은

그것이 혼자만의 삶이든 집단의 삶이든 이미 바람직한 삶이다."        

 

1. <조화로운 삶>의 속편 격인 <조화로운 삶의 지속>도 앞으로 틈틈이 읽어볼 참이다..

 

2. 자신들이 손수 지은 돌집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니어링 부부의 모습이 정겹다..

 

3. 책을 읽다보면 주위의 자연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집을 지어보고 싶은 마음이 일렁인다..

 

4. <조하로운 삶>은 예전에 읽었던 <월든>이나 최성현의 <산에서 살다>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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