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거대한 직벽을 처음 대하면 생각보다는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알프스에서 아이거 북벽, 그랑드조라스 북벽, 우뚝 솟은 침봉인 드류를 처음 보았을 때와
요세미티의 직벽들을 처음 대했을 때도 머리 속으로 예상했던 것보다는 거대해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거벽들은 어디서든 잘 보이기 때문에 처음 본 모습들이 대부분 이들의 원경이었던 까닭이다.
아무리 큰 물체라도 멀리서 보면 그리 크게 보이지 않는 이치와 다를 바 없는 자연스런 현상인 것이다.
요세미티의 광활한 대자연 속에 있는 엘캐피탄이나 하프돔 같은 거벽도 전망대에서 보면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거벽들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점점 더 커 보이고 기울기도 급해 보인다.
엘캐피탄 거벽의 높이는 일천 미터가 넘는다. 인수봉이 보통 10 피치라 보고, 한 피치를 30 미터로 길게 잡는다 해도
등반 거리는 300 미터 정도 밖에 안 된다. 더욱이 인수봉엔 직벽으로만 구성된 루트들은 거의 없다.
거의 수직이나 오버행으로 이루어진 엘캐피탄을 등반하기 위해서 2박 3일 정도가 소요되는 건 당연해 보인다.
실제로 엘캐피탄을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거의 오버행처럼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우리의 인수봉이 요세미티에 있다면 초라하고 볼품 없는 봉우리에 불과하고 찾는 이도 거의 없을지 모른다.
엘캡이든 인수봉이든 지금 있는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치있고 자연스럽다.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남에게서 들은 표면적 사실이나 인터넷 상의 얄팍한 지식만을 가지고 어떤 것에 대해 아는 체 하는 것은
마치 거벽을 멀리서 보고 쉽게 그 높이를 단정해버리는 것처럼 사물의 진면목을 간과하기 쉽다.
주변을 자세히 살피고 거벽의 높이를 가늠해본다거나 가까이 가서 관찰하는 것, 또는 직접 올라보는 것 같이
깊이 있는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 스스로 반성하고 다짐하는 삶의 태도이다.
1. 요세미티 계곡에서 본 거벽... 전나무의 높이를 30 미터씩만 계산한다고 하고, 하늘금 위의 작게 보이는 나무들로 높이를 가늠해보면...
2. 왼쪽은 엘캐피탄의 옆 모습, 오른쪽 멀리 하프돔... 가까이 보이는 하프돔을 잘 보기 위해서는 자동차로 삼 십여분은 더 가야 한다...
3. 요세미티 계곡으로 향하는 자동차 도로에서 본 엘캐피탄... 암벽등반하는 이들은 망원경을 이용해야 볼 수 있다..
4. 요세미티 폭포가 있는 거벽... 폭포는 아래의 두 개를 포함해서 전체 3단으로 구성... 총 낙차는 728 미터라고..
5. 하프돔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글레이셔 포인트에서... 큰 전나무는 50 미터 정도...직벽의 높이는 대단하다..
6. 글레이셔 포인트에서 카메라만 난간 밖으로 내고 계곡을 찍어보니... 암벽등반 하면서 내려보는 풍경이 이와 유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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