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바르셀로나 여행 레시피>를 읽고

빌레이 2011. 10. 24. 22:34

모든 일이 그렇지만 여행도 준비한 만큼 얻는 것 같다. 여행지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나 사진들은 넘쳐난다.

잡다한 여행 정보들이나마 준비해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목적지에서 느끼는 감동은 다르다.

하지만 자신이 읽었던 책이나 흠모하는 위인, 또는 예술가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면 여행이 한결 나아질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책 <여행의 기술>에 나타나 있는 것 같은 수준 높은 여행을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 여름 존 뮤어의 <마운틴 에세이>를 읽고 난 후 찾아갔던 요세미티가 내게는 좀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바르셀로나 여행 레시피>와 함께 했던 이번 여행도 요세미티 못지 않은 진한 감동을 남겼다.

 

내게 있어서 바르셀로나는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은 도시였다. 가우디의 예술적인 건축물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한 곳이라는 인상도 있지만 그 것이 여행지로서 가고싶은 이유가 될 수는 없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구엘 공원, 까사 밀라 등으로 대표되는 가우디 건축은 사진만으로도 특별하게 느껴졌었다.

FC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화로운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면서도 슈퍼스타가 많은 탓에 항상 나를 열광시켰다. 

그래서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건축과 FC 바르셀로나의 축구를 볼 수 있는 곳이란 이유만으로 내겐 한없이 매력적인 곳이었다.

 

<바르셀로나 여행 레시피>는 가우디와 FCB 너머에 숨어 있는 도시 바르셀로나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좋은 책이다.

애정어린 시각을 가지고 한 도시의 모습을 이렇듯 잘 표현한 책은 드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난 후 가우디, FCB, 올림픽 등에 대한

나의 초라한 지식은 바르셀로나의 수십 가지 매력들 중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천의 얼굴을 가진 바르셀로나의 모습을 저자의 독창적인 시각과 느낌을 담아 간결한 필체로 묘사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람블라스 거리에서 예전에 그곳을 흐르던 강물을 떠올리고,

라발 지구에 있는 현대미술관 앞 광장에서는 부랑아들과 관광객들을 비롯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어울리는 진정한 광장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무엇보다 사람 중심의 도시 설계의 모습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고딕지구의 역사적인 장소들에서는 콜럼버스 시대의 영광스런 흔적과 까딸루냐 지방의 아픈 역사를 동시에 보여준다. 

책 말미에 나와 있는 "바르셀로나 사람들"편에선 저자가 직접 인터뷰한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서

이 책이 단순한 여행 안내서가 아닌 도시의 살아있는 모습을 담은 수준 높은 에세이집이란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책을 다 읽고나면 유명 관광지 뿐만 아니라 바르셀로나 곳곳에 숨어 있는 보물 같은 장소에 가고싶어진다.

그 곳에 가서 계단이나 벤치에 앉아 광장을 내려다보거나 하염없이 지중해를 굽어보고 싶어진다.

유서 깊은 카페에 앉아 진한 커피를 마시고도 싶고, 바닥이 삐걱거리는 책방이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뒤적이고 싶어진다.

<바르셀로나 여행 레시피>를 읽고 그 도시를 찾는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에게 다가오는 바르셀로나는 분명 다를 것이다.

 

1. <바르셀로나 여행 레시피>는 도시의 다양한 맛을 선사한다..

 

2.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산 기념품과 함께... 책 부록에는 알짜배기 여행정보도 들어있다.. 

 

3. 애정어린 시각으로 담아낸 사진들은 바르셀로나의 숨겨진 모습들을 포착해내었다..

 

4. 책 말미의 "바르셀로나의 사람들"은 책을 한결 돋보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