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인수봉 '하늘' - 2025년 5월 6일(화)

빌레이 2025. 5. 6. 20:12

나흘 동안 이어진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연휴 전의 일기예보 상으론 비가 올 거라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오늘 서울의 하늘은 맑음이다. 도선사광장주차장에서 기범씨와 10시 10분에 만나기로 한다. 평소보다 여유를 부릴 수 있으니 우이동 지하철역에서 택시를 타지 않고 걸어서 도선사광장까지 올라간다. 기범씨가 강사로 봉사하고 있는 K등산학교 동문산악회 분들과 인사를 나눈 후 인수봉으로 향한다. 동문산악회 분들은 두 팀으로 나누어 '동양길'과 '거룡길'을 등반하고, 기범씨와 나는 둘이서 '하늘길'을 오르기로 한다. 대구에서 KTX를 타고 새벽에 올라온 건우씨가 '거룡길'로 등반하면서 우리를 촬영해 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하늘길의 초반 두 피치 크랙은 후등으로 올라도 여간 힘에 부친 게 아니다. '내가 이렇게 까다로운 크랙 구간을 자신감 있게 돌파할 순간이 과연 찾아오기나 할까?'라는 의문이 다시금 고개를 든다. 첫 피치 직상크랙에서는 손끝이 아릴 정도로 힘을 쓰는 바람에 크랙 말미에서는 마치 동상에 걸린 것처럼 손가락이 무감각 상태가 된다. 벙어리성 크랙이 사선으로 길게 이어진 둘째 피치에서도 부족한 나의 완력을 실감할 수 밖에 없다. 이후로 하늘길 3, 4, 5 피치까지는 정코스로 진행할 수 있었다. 마지막 6피치는 크로니길로 올라온 팀이 선점하는 바람에 우리는 '청맥길'로 오를 수 밖에 없었다. 하강 후에 기범씨는 대구에서 올라온 건우씨를 위하는 마음으로 남면의 단피치에 줄을 걸어 트레이닝을 시켜 주었다. 먼저 하산을 시작한 나는 올라갈 때와 마찬가지로 우이동 전철역까지 걸어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