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악우들은 월출산 입구의 숙소에서 묵고, 나는 어머니가 살고 계시는 나주의 고향집에서 잤다. 때마침 큰누나와 작은누나, 작은매형이 고향집에 와 있어서 가족들이 명절처럼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다. 오늘 새벽에 막내 동생까지 합류하여 참으로 오랜만에 어머니와 우리 4남매는 한상에 빙 둘러앉아 아침식사를 함께 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아무런 약속 없이 4남매가 만났으니 여간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제는 모든 기상 여건이 암벽등반을 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그래서 2년만에 다시 찾은 월출산의 연실봉과 매봉에서 아주 만족스런 등반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말 이틀 내내 월출산에서 암벽등반을 원없이 즐겨보리라던 기대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나주의 고향집에서 아침밥을 먹고 악우들이 있는 월출산으로 가는 중에 비가 흩뿌리기 시작했다. 제주도에만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 속에서 월출산에도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을 거란 사실을 예견하기는 했었다. 어릴 적 어머니 당신만의 일기예보 해석법에 의하면, 이 지역은 호남지방보다 제주도의 일기예보가 더 잘 들어맞는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리팀은 암벽등반을 포기하고, 관광모드로 전환하기로 했다. 남도답사일번지로 유명해진 강진의 무위사, 다산초당, 영랑생가를 둘러보는 여정이었다. 월출산 남쪽의 무위사는 예전보다 많이 커진 규모가 놀라웠고, 다산초당은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생각이 움트는 곳이었다.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잇는 도보길을 산책하듯 걸어본 순간이 참 좋았다. 영랑생가와 시문학파 기념관 주변에서는 오랜만에 문학적 감수성과 옛것에 대한 향수에 젖어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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