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딸의 결혼식

빌레이 2024. 9. 12. 09:21

지난 주 토요일, 9월 7일에 딸의 결혼식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늦은 오후 시간인 5시 10분부터 시작된 결혼식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모든 예식 절차가 사소한 문제 하나 없이 깔끔하게 잘 마무리 되었다. 결혼식의 첫 번째 순서는 '리마인드 웨딩'이었다. 먼저 1989년에 결혼식을 올린 신랑의 부모가 손을 잡고 곡선으로 이루어진 '버진로드'를 따라 입장하고, 뒤이어 1992년에 결혼식을 올린 우리 부부가 입장한 순서였다. 버진로드는 신부가 입장하는 길을 뜻한다. 주례 없는 결혼식이 대세인 요즘에 생긴 절차인 듯한데 여러모로 의미도 있고 자연스런 순서란 생각이 들었다. 딸의 결혼식은 우리 부부에게는 근래에 가장 크고 중요한 가족행사였다. 이를 잘 감당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신 많은 분들의 애정 어린 손길에 다시금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올리는 바이다.

 

요즘 결혼식은 전적으로 신랑·신부의 행사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 같지만 예전의 결혼식은 그렇지 않았다. 양가 부모가 주관하는 행사였다. 내가 결혼하던 1992년 당시만 하더라도 결혼식은 가족 친척들과 부모들의 지인분들을 초청하여 새로운 가정을 공인받기 위한 '혼인잔치'의 성격이 강했다. 우리 부부만 하더라도 양가 부모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예단이 오가고 함이 들어가는 것부터 시작한 당시의 결혼 풍습을 관례대로 따랐던 기억이 있다. 최근의 결혼식은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예전과 가장 큰 차이는 비로소 결혼식의 진정한 주인공이 신랑·신부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나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무척이나 바람직스럽고 올바른 현상으로 여겨진다.

 

신랑과 신부를 직접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혼주의 손님으로 의무감에 사로잡혀 예식에 참석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평소의 소신을 견지하여 아들 결혼식에 이어 이번에도 양가 혼주의 일가친지분들은 최소한으로 초청하기로 했다. 다행히 사돈분들도 이 같은 생각엔 이견이 없었다. 그래서 내심 결혼식이 너무 단촐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으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신랑·신부의 지인분들이 정말 많이 찾아 주신 바람에 기념촬영을 세 차례로 나눠서 진행해야 할 정도였다. 부모 입장에서는 딸과 사위가 그동안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잘 해왔다는 방증 같아서 고맙고도 뿌듯했다. 

 

우리 부부는 두 살 터울의 남매를 가졌다. 2년 전에 오빠인 아들이 결혼하고, 이번에 딸이 결혼해서 새 가정을 꾸려 우리 부부의 슬하를 떠났다. 아들과 딸이 모두 적절한 시기에 독립적으로 새로운 가정을 이루어 살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 우리 부부의 절친들은 한결 같이 인생의 큰 숙제를 모두 끝낸 사실을 부러워하면서 우리를 축하해 주었다. 딸의 결혼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인생의 높은 고개를 또 하나 넘었다는 감사함과 후련함이 진하게 밀려왔다. 딸 부부가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했다. 아래는 신랑·신부가 정성들여 만든 온라인 청첩장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서 캡처해 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