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미티 스타일을 만든 초기 등반가들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책 <캠프 4>는 정말 가치 있는 등반서적이다. 요세미티 원정 등반을 떠나기 한 달 전 즈음에 우연히 알게 된 이 책을 읽고 출국한 것이 내게는 큰 행운이었다. 모든 책을 정독하는 습성 때문에 나의 책 읽는 속도는 느린 편이다. 그래서 4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이 책을 완독하지 못하고 요세미티로 떠나야만 했다. 학기말의 분주한 업무 속에 미국 원정 등반까지 준비해야 했던 탓에 전체 10장으로 구성된 내용 중에서 6장까지만 읽고 출국할 수 밖에 없었지만, 요세미티 밸리에 들어선 순간부터 이 책 속에 나오는 등반지들을 거의 다 알아볼 수가 있었다. 마치 스크린에서만 보던 연예인이나 영화배우를 실제로 만난 것처럼 정말 신기하고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책의 나머지 부분인 7장 이후부터는 귀국해서 등반기를 다 쓰고 난 후에야 읽을 수 있었다. 요세미티 원정 등반을 다녀온 후에 다시 이 책을 읽는 동안 또다른 즐거움이 찾아왔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읽었을 땐 상상 속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던 등반지들 하나 하나가 이제는 설악산이나 인수봉에 있는 바윗길들 만큼이나 친숙하고 살갑게 다가왔다. <캠프 4>의 저자인 스티브 로퍼는 전설적인 거벽등반 초등이 이루어지던 황금기인 1960년대의 요세미티에서 10여 년 동안 활발히 활동하던 암벽등반가이고, '캠프 4'는 그당시 암벽등반가들의 베이스캠프이자 거주지였다. 그가 실제로 겪은 생생한 등반 경험담과 여러 등반가들의 증언,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내놓은 등반역사서가 바로 <캠프 4>인 것이다. 깊이 있고 밀도 높은 역작이고 고전 중의 고전이 아닐 수 없다. 1994년 벤프 산악도서전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첫 출간된지 3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요세미티 밸리의 등반장비점 산악도서 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대표 도서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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