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독후감] 캠프 4 - Steve Roper 지음

빌레이 2024. 8. 9. 09:55

'요세미티 스타일을 만든 초기 등반가들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책 <캠프 4>는 정말 가치 있는 등반서적이다. 요세미티 원정 등반을 떠나기 한 달 전 즈음에 우연히 알게 된 이 책을 읽고 출국한 것이 내게는 큰 행운이었다. 모든 책을 정독하는 습성 때문에 나의 책 읽는 속도는 느린 편이다. 그래서 4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이 책을 완독하지 못하고 요세미티로 떠나야만 했다. 학기말의 분주한 업무 속에 미국 원정 등반까지 준비해야 했던 탓에 전체 10장으로 구성된 내용 중에서 6장까지만 읽고 출국할 수 밖에 없었지만, 요세미티 밸리에 들어선 순간부터 이 책 속에 나오는 등반지들을 거의 다 알아볼 수가 있었다. 마치 스크린에서만 보던 연예인이나 영화배우를 실제로 만난 것처럼 정말 신기하고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책의 나머지 부분인 7장 이후부터는 귀국해서 등반기를 다 쓰고 난 후에야 읽을 수 있었다. 요세미티 원정 등반을 다녀온 후에 다시 이 책을 읽는 동안 또다른 즐거움이 찾아왔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읽었을 땐 상상 속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던 등반지들 하나 하나가 이제는 설악산이나 인수봉에 있는 바윗길들 만큼이나 친숙하고 살갑게 다가왔다. <캠프 4>의 저자인 스티브 로퍼는 전설적인 거벽등반 초등이 이루어지던 황금기인 1960년대의 요세미티에서 10여 년 동안 활발히 활동하던 암벽등반가이고, '캠프 4'는 그당시 암벽등반가들의 베이스캠프이자 거주지였다. 그가 실제로 겪은 생생한 등반 경험담과 여러 등반가들의 증언,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내놓은 등반역사서가 바로 <캠프 4>인 것이다. 깊이 있고 밀도 높은 역작이고 고전 중의 고전이 아닐 수 없다. 1994년 벤프 산악도서전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첫 출간된지 3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요세미티 밸리의 등반장비점 산악도서 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대표 도서 중 하나이다.    

 

▲ 영문 초판은 30여 년 전에 출간되었으나, 한글 번역본은 2023년 5월에 출판되었다.
▲ <CAMP 4>는 지금도 요세미티 밸리 등반장비점 내의 산악도서 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대표적인 책이다. 이런 책을 우리는 고전이라 부른다.
▲ 책 표지에 있는 요세미티 밸리 지도를 거의 외운 상태에서 미국으로 출국했었다. 도착한 순간 지명과 봉우리 하나 하나가 생생했다.
▲ 등반 역사를 다룬 산서답게 시대 순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단순한 사실들의 나열이 아닌, 저자의 생생한 체험담과 동료 등반가들의 증언이 곁들여진 재미난 사건들의 연속이다.
▲ 1960년대의 '캠프 4' 풍경.
▲ 2024년 7월의 '캠프 4'.
▲ 반듯하고 멋진 현대식 텐트들이 즐비한 2024년 여름의 '캠프 4'.
▲ '캠프 4' 바로 옆에 유명한 볼더들이 산재해 있다.
▲ '캠프 4' 레인저 사무실. 현실적으로 '캠프 4'는 인터넷을 통해서만 예약할 수 있다. 그것도 광클로...
▲ 레인저 사무실 옆에 있는 게시판.
▲ '캠프 4' 주차장 모습. 주차장을 중심으로 서쪽은 오래된 사이트들이고, 요세미티 폭포와 가까운 동쪽은 최근에 생긴 사이트들이다.
▲ 우리팀이 7박 8일 동안 머물렀던 사이트는 동쪽의 60번 사이트였다.
▲ 책의 뒷표지엔 투올름 메도우 지역의 등반지들이 나타나 있는데, 다시 요세미티에 갈 기회가 온다면 이 곳에서 꼭 등반해보고 싶다.
▲ 등반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구절...
▲ 현대 암벽등반에서 중요한 장비들이 요세미티에서 탄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 요세미티 거벽 초등 당시의 등반가들의 인상을 엿볼 수 있는 구절...
▲ 요세미티 거벽 중에서도 대표적인 엘캡의 루트들...
▲ 'The Heart' 루트는 심장 모양이 뚜렷하고... 텍사스 플레이크, 부츠 플레이크 등의 명칭도 비슷한 연유로...
▲ 거벽등반에 필요한 새로운 장비들이 탄생하고...
▲ 여러 형태의 피톤들도...
▲ 우리가 등반했던 '너트크랙커' 루트는 레전드 등반가인 로열 로빈스가 피톤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너트만으로 완등한 최초의 루트였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것도 책 속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