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인수봉 '건양, 변소금지' - 2024년 8월 28일(수)

빌레이 2024. 8. 29. 10:04

평일에 인수봉을 오를 수 있다는 건 클라이머들에게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인수봉에서 평일 등반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개강 직전의 여름방학 마지막 주라서 오늘은 특별히 기범씨가 이끄는 수요등반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아침 7시 직전에 도착한 도선사 앞 주차장은 예상대로 한가로웠다. 주차전쟁으로 날선 신경전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주말 아침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여유로움이다. 어디에 주차하면 좋을지를 망설일 정도로 널널한 주차 공간이 오히려 생경했다. 지리하게 이어지던 폭염과 열대야도 오늘부로 서서히 물러날 모양이다. 이른 아침의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등산로 입구의 데크에서 기범씨를 비롯한 김선생님과 구선생님, 민경씨를 반갑게 만났다. 어프로치를 하는 발걸음까지 가볍게 해주는 시원한 산바람이 정말 좋았다. 

 

수요등반팀은 주로 인수봉의 모든 루트를 차례로 등반하는 '캐리(CARI, Climbing of All Routes in Insu-peak)'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는 듯했다. 캐리의 오늘 순서는 '건양길'이라고 했다. 나도 건양길을 정코스로 올라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법 짤짤한 페이스성 슬랩이 이어지는 건양길을 세 마디로 끊어서 등반하고 하강하여 나무 그늘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다. 한낮의 땡볕은 여전했으나 인수봉 언저리를 휘돌아 나가는 시원한 바람 속에 깃들어 있는 초가을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캐리의 다음 루트로 단피치짜리 '변소금지'를 가볍게 끝내고, 마지막으로 근래엔 등반한 흔적이 거의 없는 오리지널 '아미동'길의 첫 피치 사선크랙을 올라보는 것으로 오늘 등반을 마무리지었다. 우이동 족발집에서 가진 뒷풀이는 최근 키르기스스탄 원정등반을 다녀온 진우씨가 선물로 가져온 치즈와 살라미에 조지아산 와인이 어우러져 더욱 특별한 자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