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기예보는 종잡을 수가 없다. 어제부터 시작된 추석연휴 기간이 5일이지만, 변덕스런 날씨 탓에 맘 편히 등반 계획을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늘도 갑작스런 소나기에 대비할 수 있는 등반지를 찾아야만 했다. 파주의 웅담리 암장은 어프로치가 짧고 베이스캠프에 타프를 치면 비와 햇빛을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이곳에 가기로 했다. 기범, 기원, 은경, 나, 이렇게 넷이서 함께 등반했다. 오늘 처음 본 기원씨는 기범씨의 등산학교 제자로 내 아들과 동갑내기인 젊은 친구이다. 요즘 한창 자연암벽의 매력에 빠져들어 즐겁게 등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리는 바람이 잘 통하는 3암장 앞에 소나기와 모기의 습격을 대비한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2암장과 3암장의 루트들을 오가며 등반했다. 장마철을 방불케 하는 높은 습도에 온몸이 땀범벅이었으나, 예상보다 나의 등반 컨디션은 괜찮았다. 오전엔 2암장의 'JK(5.10d)' 루트까지 별 어려움 없이 완등했고, 오후엔 그간 까다롭게 여겨지던 3암장의 '선물(5.10c)'을 단번에 완등하는 기쁨을 누렸다. 예보와 달리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았던 암장에서의 하루가 무척이나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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