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8월 10일(토)

빌레이 2024. 8. 11. 09:46

지난 주에 이어 2주 연속으로 파주 웅담리 암장을 찾았다. 집에서 가깝고 어프로치도 짧은 익숙한 암장에서 맘 편히 놀다 오자는 생각이 강했다. 이번엔 3암장 앞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는데, 무엇보다 하루종일 우리팀이 3암장을 독차지하고 등반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무 그늘은 시원했고,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사흘 전이 입추라는 걸 일깨워 주었다. 후텁지근하던 일주일 전과는 확실히 다른 신선함이 깃들어 있는 바람결이었다. 아무리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할지라도 계절의 변화만큼은 거스를 수가 없을 것이다. 이제는 이 지리한 폭염의 횡포도 서서히 누그러질 때가 된 듯하다. 마음 속으론 벌써부터 초가을의 시원함을 기대하게 된다.   

 

'일마(5.10b)' 루트는 첫 판임에도 불구하고 큰 어려움 없이 완등했다. 하지만 '선물(5.10c)' 루트는 초반의 오버행 크럭스 구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한 차례의 행도깅을 해야만 했다. 낙석의 흔적으로 보아 홀드가 깨져서 예전보다 한 등급은 더 어려워진 듯했다. 톱로핑 상태에서 크럭스 동작을 풀기는 했으나, 그리 만족스러운 무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직후엔 2암장에서 소화를 시키면서 가볍게 몸을 풀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의 열기와 상대적으로 바람이 불지 않은 환경 탓에 비어 있던 '대현(5.10b)' 루트 하나를 오르고 나니 더이상의 등반욕구는 사라져 버렸다. 다시 바람이 통하는 3암장으로 돌아와 고난도 루트 한두 개에 더 붙고 싶었으나,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와 경미한 허리 통증을 핑계 삼아 일찍 철수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