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굴할 수 없다는 자세로 성배, 은경, 나, 이렇게 셋이서 파주의 웅담리 암장에서 열클한 날이었다. 간밤에 내린 소나기 탓에 암벽의 하단부가 젖어 있었지만, 손홀드는 그런대로 양호해서 등반의 재미를 느끼는 데엔 부족함이 없었다. 한 루트를 오르내리면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연속으로 다음 루트에 붙을 의지는 아예 꿈틀대지도 않았다. 하지만 땀을 흠뻑 내뿜고 난 직후엔 자잘한 불쾌함은 사라지고, 오히려 이상한 후련함마저 느껴졌다. 옆팀에서 계란판을 태워 주변에 연기가 자욱할 정도였지만 모기를 물리치는 데는 꽤나 효과적인 듯했다. 나는 'JK(5.10d)' 루트를 세 차례 도전 끝에 깔끔히 완등할 수 있어서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이열치열의 태도로 이 여름의 무더위를 멋지게 극복할 수 있겠다는 모종의 자신감이 되살아난 듯한 뜻깊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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