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종일 적잖은 봄비가 내렸다. 오늘 약속된 수요등반이 취소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날씨였다. 새벽에 눈을 떠보니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이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반가운 햇살을 받으며 도선사주차장에서 일행들을 기다리는 중에도 사방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범씨는 하루재를 넘어가서 인수봉의 상태를 보고 오늘의 등반코스를 결정할 것이라 했다. 암벽의 물길마다 물이 흐르는 것은 당연하고 크랙도 젖어 있을 게 뻔해 보였다. 대슬랩 좌측의 '오이지슬랩' 한 피치를 오르는 것으로 오늘 등반을 시작했다. 빤빤하고 짭짤한 슬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평일인데도 많은 클라이머들이 속속 대슬랩으로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도 오아시스로 이동하여 간단히 챙겨서 '의대길'에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