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친구란 무엇일까

빌레이 2009. 5. 26. 17:02

오늘 고등학교 단짝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미국 비자 인터뷰 때문에 서울에 올라왔다고 한다.

전남대 의대 교수인데, 다음달부터 2년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연구하러 간단다. 

다른 때 같으면 열일 제쳐두고 뛰쳐 나가는데... 오늘은 둘 다 바빠서 전화 통화만 했다.

나는 중요한 회의가 있었고, 친구는 자기 어머니 제사날이라서 곧바로 내려가야 한단다.

다음 주 설날 연휴 때 광주에서 두 가족이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보니 갑자기 이 친구가 많이 보고 싶어졌다.

이 친구하고는... 뭐랄까... 좀 특별한 끈이 있는 것을 항상 느낀다.

이성 친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전화만 해도 연애시절 아내를 만날 때처럼 가슴이 뛴다.

고3때 내 자취방에서 둘이 같이 입시 공부하던 같은반 친구였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단 1년밖에 같이 지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느 누구보다 친하다.

 

우리는 많이 다르다. 같이 의대를 가자고 했으나 나는 의사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 친구 아버지는 음악 선생이었다. 그래서 그 녀석은 노래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친다.

대학 때는 그룹사운드 리더로도 활동했고 작곡도 수준급이다.

내가 못하는 재능을 많이 가지고 있는 친구지만 그 것이 내것처럼 좋았다.

작곡하면 나에게 보여주고 싶어했고, 새 악기를 사면 내가 광주에 내려가서 봐줘야 했다.

나는 그 친구가 하는 것이 무조건 마음에 들었다.

 

내 가족을 위해서 나는 목숨을 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친구를 위해서 목숨을 버릴 수 있을까? 그렇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이 친구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은 각별하다.

내 집을 팔아서 이 친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난 기꺼이 그렇게 한다.

 

의사라는 직업 때문에 그 친구는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항상 고향을 떠나 있었던 나 보다

가까이 있는 그 친구가 내 부모에게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드린다.

나는 이 친구에게 별로 해준 것이 없다. 그래도 이녀석은 나를 깊이 믿어준다.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이 항상 마음 흐뭇하고 감사하다.

친구 가족과 우리 가족은 일년에 한두번 꼭 만난다.

올여름에는 두 가족이 미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 녀석은 또 쉽게 믿어준다. 다른 사람은 말 뿐이지만 너는 꼭 올 것이라고...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아내는 저축을 한다. 

여행을 준비하는 설레임과 기대감이 좋다.

 

서로 아껴주고 생각해주는 이가 있어서 우리는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내가 느끼는 다도연가산악회 식구들 간의 정도 이 친구와의 우정에 못지 않다.

그래서 나는 두배로 행복한 것 같다.

 

God bles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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