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 그러니까 20여년 전 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저는 오만가지 잡다한 생각들로 머리 속이 꽉 차있었습니다.
그 때 했던 생각들 중에 나 자신을 조금 대견스럽게 생각 했던 것이 있습니다.
"사고의 폭을 넓히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로 요약할 수 있는 저만의 개똥 철학입니다.
잠깐 어렵지 않은 수학적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일차원 직선 위에서 한 점 O를 중심으로 좌우 같은 길이 d인 선분을 생각합니다.
이 d를 반경(radius) 또는 반지름이라 부릅니다.
반경 d인 선분의 길이는 2d가 되는 것이지요.
일차원에서 반경을 두 배로 증가시키면, 선분의 길이도 두 배가 됩니다.
이제, 2차원 평면에서 반경 r인 원을 생각해 봅시다.
원의 넓이는 (파이)*(r의 제곱)이 됩니다. 반지름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원에서의 반지름을 두 배로 증가시키면, 넓이는 4 배가 됩니다.
3차원 공간 상의 구의 부피는 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합니다.
그러니 반경이 두 배 커지면, 부피는 8 배나 커지게 됩니다.
차원이 커질수록 반경에 따라 품을 수 있는 내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사고 체계에서는 무한 차원까지 다룰 수 있습니다.
물론 존재하는 모든 것은 3차원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생각을 조금만 더 깊이 하면 많은 것을 품을 수 있습니다.
사고 반경을 증가시킴으로써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젊은 시절의 저는 위와 같은 개똥 철학으로 완성시킨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 반경 철학은 제 삶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생각의 폭을 넓힘으로써 사물을 크게 바라보는 눈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나무를 보기 보다는 숲을 보고, 오늘 내일의 일 보다는 먼 장래의 일을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의 세부적 모습(detail) 보다는 전체를 볼 수 있는 통찰력(insight)을
기르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을 했다고 해서 제가 큰 사람이 되었다는 얘기는 결코 아닙니다.
타고난 인물이 옹졸하고 좁쌀 같은 제가 이러한 철학적 사고를 통해서
극히 미미한 부분이나마 변화된 것 같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불확정성의 원리"로 유명한 하이젠베르크가 쓴 <부분과 전체>란 책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닮고 싶은 물리학자의 철학이 담긴 책이라서 소중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 일화를 통해서 통찰력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개똥 철학과 일맥 상통하는 면도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