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인류 문명의 발전을 위해서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 왔던 수와 그 수를 다루는 학문인 수학에 관한 책이다. 우리는 수학이 현실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숫자의 계산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중등학교나 대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과목의 내용 역시 물리학이나 공학의 이론들을 합리적으로 기술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편리한 언어나 도구 정도로만 인식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통념이 잘 못된 것이란 사실을 일깨워 준다.
자연과학이나 공학 이론을 기술하기 위한 수단뿐만 아니라 수학적 사실 자체만으로 현실 생활에 대단히 유용한 역할을 수학이 수행해 왔다는 것을 다양한 주제에 걸쳐서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수학을 수, 공간, 논리학, 무한, 정보의 다섯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특별히 저자가 역점을 둔 부분은 현대의 컴퓨터 공학과 정보 이론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논리학, 무한, 정보 등의 개념을 수학적으로 재미있게 설명한 부분이다. 도입부에서는 융의 심리학, 헤겔의 철학, 보어의 물리학 등 다방면의 지식을 동원하여 정보로서의 수학을 설명하고 있으므로 지적 호기심이 강한 독자들은 많은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저자인 루디 러커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석사와 박사 학위도 순수 수학으로 받았다. 전공 분야는 수학 기초론에 속하는 논리학이었고 학위 논문은 집합론에 관한 것이었다. 이러한 저자의 경력 때문인지 책 전체가 수학적으로 대단히 완성도 높게 설명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수학을 단순히 흥미와 재미 위주로 설명해 놓은 책들은 내용이 부실하기 쉬운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고전적인 수학 이론뿐만 아니라 프랙탈, 힐버트 공간, 괴델의 정리와 튜링 기계, 무한과 알고리즘의 복잡성 등과 같은 현대 수학의 이론들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다만, 책 내용 중에 “암호”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부호(code)"라는 단어로 번역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럽다고 하겠다. 비밀 정보가 내재된 암호(cryptography)는 정보를 안전하게 보내는 것이고, 부호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송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