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쌍관(首尾雙關)은 주로 시에서 많이 사용되는 문학적 구성법이다. 첫 연과 끝 연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으며 반복되는 구성법으로 주제를 강조하거나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서 흔히 사용한다. 6일 동안 길게 이어진 연휴 기간 동안 네 차례 다녀온 등반을 정리하면서 문득 이 용어가 떠올랐다. 추석 날 인수봉을 시작으로 10월 1일 매바위 암장, 10월 2일 자운 암장으로 이어진 연휴 등반의 대미를 개천절 날에 인수봉을 등반하는 것으로 장식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남부의 매바위와 서울 남부의 자운 암장 나들이는 잠시 기분전환 삼아 바람 쐬듯 다녀온 여행을 겸한 등반이었다. 삶의 터전 가까이에 자리한 인수봉이야말로 우리 악우들의 진정한 모암(母巖)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기범, 은경, 나, 이렇게 셋이 인수봉에서 줄을 묶을 때면 기범씨는 '캐리(CARI, Climbing of All Routes in Insu-peak)' 프로젝트가 떠오르는 모양이다. 인수봉 동벽의 '심우길'부터 차례로 이어온 우리들의 캐리 프로젝트는 2년 전에 '여명길'까지 진행한 후로 잠시 쉬고 있는 중이었다. '우정B' 루트의 대침니를 오르는 게 귀찮다며 망설이던 기범씨는 은경이가 마지막으로 오늘 등반에 참석하기로 결정하자 캐리를 이어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렇게 되살아 난 캐리의 오늘 순서인 '우정B'를 만족스럽게 완등한 순간, 마음 통하는 악우들 사이에 1년에 한 루트씩만 이어가도 좋을 등반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음을 깨달았다. 앞으로 캐리 프로젝트를 할 때면 오늘처럼 반드시 가오리역 부근의 남해횟집에서 뒷풀이를 한다는 조건까지 더해져 더욱 즐거운 하루였다.
https://gaussmt.tistory.com/1501
아래는 기범씨가 위에서 촬영해 준 나의 등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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