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힘겨워 하고 있다는 신호를 목디스크 통증으로부터 감지했다. 지난 수요일, 대통령선거일에 유선대 암장에서 하루종일 너무 열심히 매달렸던 모양이다. 다음 날 곧바로 출근하느라 이렇다 할 휴식을 취할 겨를이 없었다. 자연스런 노화 현상의 하나인지 누적된 피로감은 등반 하루가 지난 금요일 아침에서야 뒤늦게 찾아왔다. 목덜미 근육이 경직되어 고개를 들 때마다 통증이 심해서 얼굴을 찡그릴 수 밖에 없었다. 개강 직후부터 쉼 없이 몸을 혹사시켰다는 반성을 해 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예정된 강의 녹화를 거를 수는 없어서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할 수 밖에 없었다. 겨우 일을 마친 후 한의원에서 침 치료를 받고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니 어느 정도 살 것 같았다. 이번 주말엔 무리하지 않고 암벽등반은 쉬기로 했다. 대신 오랜만에 도봉산의 한적한 등산 코스를 택해서 쉬엄쉬엄 걸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망월사역에서 출발하여 원효사를 거쳐 포대능선에 이르는 등로를 택했다. 아주 오래 전에 올랐던 산길이라 그런지 모든 게 낯설었다. 몸 상태를 봐 가면서 어느 정도 걷다가 하산할 생각이었으나, 온화한 날씨에 주능선 바로 아래의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고 포대능선 초입에 올라서니 도봉주릉을 따라서 마루금 산행을 길게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포대능선 정상을 넘어 Y계곡을 통과해서 자운봉과 신선대에 이르는 구간은 예상대로 산객들이 많았다. 이 구간을 빠르게 지나쳐서 뜀바위와 칼바위 우회로를 지나 오봉 갈림길 아래의 쉼터에서 때 늦은 휴식시간을 가졌다. 파워젤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우이암을 돌아 매바위에서 잠시 쉰 후, 방학능선을 통해 정의공주의 묘역 앞에서 7시간 여의 산행을 마무리했다. 다소 무리하지 않았나 하는 일말의 걱정이 남았으나, 오랜만에 도봉산에서 다리 뻐근한 산행을 즐겼다는 뿌듯함이 육체적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목디스크 통증도 더는 심해지지 않아서 다행이지 싶었다. 밤 늦은 시간부터는 반가운 봄비가 내렸다. 대지를 촉촉히 적셔줄 이번 봄비는 그야말로 더없는 치료약이 돼 줄 것이다. 동해안의 기나긴 산불을 없애 줄뿐만 아니라 메마른 산하를 살아 숨쉬게 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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