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도봉주릉 종주 - 2022년 3월 12일(토)

빌레이 2022. 3. 13. 04:56

내 몸이 힘겨워 하고 있다는 신호를 목디스크 통증으로부터 감지했다. 지난 수요일, 대통령선거일에 유선대 암장에서 하루종일 너무 열심히 매달렸던 모양이다. 다음 날 곧바로 출근하느라 이렇다 할 휴식을 취할 겨를이 없었다. 자연스런 노화 현상의 하나인지 누적된 피로감은 등반 하루가 지난 금요일 아침에서야 뒤늦게 찾아왔다. 목덜미 근육이 경직되어 고개를 들 때마다 통증이 심해서 얼굴을 찡그릴 수 밖에 없었다. 개강 직후부터 쉼 없이 몸을 혹사시켰다는 반성을 해 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예정된 강의 녹화를 거를 수는 없어서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할 수 밖에 없었다. 겨우 일을 마친 후 한의원에서 침 치료를 받고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니 어느 정도 살 것 같았다. 이번 주말엔 무리하지 않고 암벽등반은 쉬기로 했다. 대신 오랜만에 도봉산의 한적한 등산 코스를 택해서 쉬엄쉬엄 걸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망월사역에서 출발하여 원효사를 거쳐 포대능선에 이르는 등로를 택했다. 아주 오래 전에 올랐던 산길이라 그런지 모든 게 낯설었다. 몸 상태를 봐 가면서 어느 정도 걷다가 하산할 생각이었으나, 온화한 날씨에 주능선 바로 아래의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고 포대능선 초입에 올라서니 도봉주릉을 따라서 마루금 산행을 길게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포대능선 정상을 넘어 Y계곡을 통과해서 자운봉과 신선대에 이르는 구간은 예상대로 산객들이 많았다. 이 구간을 빠르게 지나쳐서 뜀바위와 칼바위 우회로를 지나 오봉 갈림길 아래의 쉼터에서 때 늦은 휴식시간을 가졌다. 파워젤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우이암을 돌아 매바위에서 잠시 쉰 후, 방학능선을 통해 정의공주의 묘역 앞에서 7시간 여의 산행을 마무리했다. 다소 무리하지 않았나 하는 일말의 걱정이 남았으나, 오랜만에 도봉산에서 다리 뻐근한 산행을 즐겼다는 뿌듯함이 육체적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목디스크 통증도 더는 심해지지 않아서 다행이지 싶었다. 밤 늦은 시간부터는 반가운 봄비가 내렸다. 대지를 촉촉히 적셔줄 이번 봄비는 그야말로 더없는 치료약이 돼 줄 것이다. 동해안의 기나긴 산불을 없애 줄뿐만 아니라 메마른 산하를 살아 숨쉬게 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정말 오랜만에 찾은 원효사 입구가 낯설었다. 십 수년 전에는 1년에 한두 번은 올랐던 곳이다.
▲ 원효사를 나와 절을 우회하는 등로를 택했다.
▲ 포대능선에 이르는 능선길이 제법 가파르다.
▲ 처음으로 쉼터를 제공해 준 우뚝 선 바위를 만났다.
▲ 우뚝 선 바위 앞의 쉼터가 멋졌다.
▲ 쇠줄을 잡고 암벽등반을 하듯 급하게 올라온 바윗턱에서 오던 길을 내려다 본 장면이다.
▲ 바위에 뿌리내린 노송의 자태는 언제 봐도 아름답다. 산불에 취약하다는 소나무가 잘 버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포대능선 초입에 올라서니 예전엔 없던 쉼터가 생겼다.
▲ 산불감시초소도 새롭게 교체되었다. 이곳에 올라서니 도봉주릉을 종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 종주길에서 뒤돌아본 산불감시초소.
▲ 연무 자욱한 날씨에 포대능선 정상의 통신탑이 아스라히 보인다.
▲ 마루금 산행은 눈에 보이는 진도가 빠르다. 어느새 산불감시초소가 아스라해졌다.
▲ 위험 구간인 Y계곡은 포대정상에서 신선대 방향으로의 통행만 가능하다.
▲ Y계곡을 힘겹게 통과하는 산객들이 보인다. 좌측이 도봉산 최고봉인 자운봉이다.
▲ 항상 정체 구간이던 Y계곡을 일방통행으로 통과하니 한결 나았다.
▲ Y계곡을 다 올라와서 뒤 돌아본 장면이다.
▲ 현재 좌측의 자운봉은 금지 구간이고, 우측의 신선대가 도봉산 정상을 대신하고 있다. 산객들이 많아서 신선대는 패스했다.
▲ 등로 중간지점에서 주봉의 K크랙이 선명하게 보였다. 언젠가 등반해 볼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
▲ 오봉이 선명하게 보이는 곳인데, 연무 때문에 시야가 흐렸다.
▲ 가야할 우이암이 좌측으로 보이고, 우측 너머로 북한산 정상부가 흐릿하게 다가온다.
▲ 우이암을 지나 매바위 앞의 테라스에서 마지막 쉬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처음으로 암벽장비를 착용하고 등반을 했던 곳이다.
▲ 도봉산에 오면 꼭 들르곤 하는 테라스 옆에 있는 전망대이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매바위와 우이암이다. 그 너머로 도봉산 정상부까지 잘 보인다.
▲ 우이남능선에서 이어진 방학능선의 완만한 산길을 따라 장수천 방향으로 하산했다.
▲ 처음 와보는 장수천 주말농장 위의 체육공원.
▲ 장수천 주말농장을 벗어나 익숙한 북한산둘레길로 들어섰다.
▲ 둘레길 방학동길 끝지점인 정의공주 묘역 앞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했다.
▲ 정의공주 부부의 묘역이다. 정의공주는 세종대왕의 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