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ome)'은 폭발적으로 아름답거나 많은 양의 예술 작품을 대했을 때 현기증이 나면서 기절 내지는 환각을 일으키는 증세를 일컫는다고 한다. 이 용어는 <적과 흑>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이 피렌체를 여행하면서 겪은 현상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라는 설명이 <토스카나> 후반부에 나온다. 오래 전 내가 처음 로마에서 일주일을 보냈을 때 느꼈던 감흥도 스탕달 신드롬의 초기 증상 쯤은 될 것이다. 시가지 전체가 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보이는 이탈리아의 도시는 로마에 그치지 않는다. 일주일을 보냈던 베로나와 관광 목적으로 잠시 머물렀던 베니스, 나폴리, 소렌토, 피사 등지에서도 로마 못지 않은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었다.
다시금 이탈리아를 여행할 기회가 내게 주어진다면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은 피렌체와 시에나 등이 속해 있는 토스카나 지방이다. 이런 이유로 작가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시리즈 두 번째 책인 <토스카나>는 중고서점을 둘러보던 내눈을 피해가지 못했다. 5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가독성 높은 작가의 역량 때문인지 지루한 구석 하나 없이 잘 읽혔다. 유럽 여행의 비수기라 할 수 있는 겨울철에 토스카나에 한달 동안 머물면서 여행했던 흔적을 시시콜콜한 것까지 솔직하게 풀어놓은 기록이 마음에 쏙 들었다. 코로나 19 감염증 사태로 모든 일정이 연기되고 가까운 사람들 만나는 것까지 꺼려지게 되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이 책은 토스카나의 대평원에 쏟아질 찬란한 태양빛 만큼이나 시원하고 반가운 선물이었다. 여행안내서에 나온 관광지의 모습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토스카나를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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