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해외등반여행 20

[2024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 등반여행 - 2] 요세미티 국립공원 입성

오웬스리버고쥐에서 등반을 마치고 크롤리레이크 캠핑장에 돌아와 보니 지선씨와 아란씨가 사용했던 기영형 소유의 MSR 텐트는 바람에 날아가버렸고, 내 텐트도 팩이 뽑힌 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텐트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진 탓에 간밤엔 남자들 4명이 윤선생님의 텐트에서 함께 낑겨 자고, 두 여자들은 내 텐트를 이용했다. 일요일인 6월 30일 아침에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 중간에 맘모스타운의 장비점에 들러 새 텐트를 구입했다. 기영형을 비롯한 모든 멤버가 텐트 실종 사건을 가벼운 해프닝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문제를 간단히 해결한 것에 마음이 놓였다.  우리는 모노호수(Mono lake)가 내려다보이는 리바이닝(Lee Vining) 나들목에서 티오가패스(Tioga pass) 입구를 거쳐..

[2024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 등반여행 - 1] Owen's River Gorge

밸리(valley, 계곡)와 캐니언(canyon, 협곡)을 구분짓는 기준은 갈라진 골짜기의 폭(가로 길이)과 깊이(세로 길이) 중 어느 것이 더 큰가에 있다. 깊이보다 폭이 더 크면 밸리, 그 반대인 경우는 캐니언이라 한다. 고쥐(gorge)는 캐니언 중에서도 목구멍(throat)처럼 특별히 폭이 좁은 지형을 일컫는다.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윤선생님께서 알려주신 깨알 상식이다. '2024 요세미티 원정대'의 첫 번째 등반지는 오웬스리버고쥐(Owen's river gorge)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지형인 오웬스리버고쥐를 처음 본 순간 비로소 미국땅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시에라네바다 산맥 아래에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벌판에 마치 지진으로 땅이 갈라진 것처럼 움푹..

[2024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 등반여행 - 프롤로그] 카르페 디엠(Carpe diem)

암벽등반이 내 인생에 들어온 이후로 요세미티 원정 등반은 마음 한구석에 또아리를 튼 채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던 소망이었다. 언젠가는 현실로 다가올 그날을 상상하면서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의 암벽등반지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첫 안식년 기간이던 2010년 6월에 나홀로 유럽알프스 트레킹을 다녀온 직후, 등산학교에서 암벽과 빙벽등반을 배웠다. 하지만 이듬해 등반 중 불의의 발목 골절상을 당하고 말았다. 수술 후 재활에 매진하던 시기인 2011년 8월에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미국 UCSB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는 출장길에 올랐었다. 출장 일정을 마치고 휴가를 내어 동료교수들과 함께 2박 3일 동안 요세미티 국립공원 일대를 자동차로 샅샅이 훑고 다녔다. 요세미티의 절경을 두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

코스믹 릿지 등반과 발레 블랑쉬 설원에서의 야영 - 2013년 7월 6일~7일

고도 3840 미터의 에귀디미디 전망대에서 설릉으로 나서는 얼음 동굴 앞이다. 등반장비를 착용하는 산악인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허긍열 님과 성항경 님의 옆에서 나도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아이젠을 빙벽화에 단단히 고정시킨다. 케이블카를 타고 여행자 차림으로 올라온 사람들이 신..

에귀 뒤 투르(3542 m) 등반 - 2013년 7월 1일~2일

샤모니에 들어온지 일주일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그랑발콩노르, 프티발콩슈드, 프티발콩노르 등의 트레킹 루트들 걸었다. 짧게는 서너 시간에서 길게는 열 시간에 이르는 거리를 걸으며 몽블랑 산군의 아름다움에 서서히 젖어들었다. 성항경 님이 이틀 전에 합류하여 허긍열 선생의 안내에 따라 셋이서 발므 고개 트레킹을 다녀온 건 하루 전이다. 스위스와 프랑스가 국경을 이루는 발므 산장에 오른 후 투르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투르 빙하 위에 구름 사이로 솟구쳐 있는 에귀뒤투르(Aiguille du Tour)를 가리키며 허선생은 내일 우리가 등반할 봉우리라고 알려주셨다. 그 순간 트레킹 코스를 걷는 것으로 현지 적응을 위한 컨디션 조절을 했다고는 하지만 고산에서 처음으로 행할 알파인 등반이기에 기대감과 함께 나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