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10

북한산 노적봉 '써제이길' - 2025년 4월 26일(토)

노적봉 등반을 위해 택시에서 하차하여 도선사 바로 아래의 데크로 이동한다. 어프로치에 맞게 짐을 다시 꾸리면서 별안간 내 휴대폰이 없어진 걸 확인한다. 우선 도선사 경내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온 후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처하자며 마음부터 다잡는다. 악우의 전화기로 내 휴대폰에 계속 연락해 보지만 전혀 응답이 없다. 찬찬히 되짚어 생각해 본다. 우이동에서 도선사주차장을 오가는 택시 안에 떨어뜨린 게 분명하다는 판단이 선다. 도선사주차장의 회차 지점으로 되돌아 가서 올라오는 택시를 차례대로 붙잡고 기사님께 문의해 보기로 한다. 우이동에서 올라오는 택시를 기다리던 중 K등산학교 강사로 봉사 중인 기범씨를 만나 내 휴대폰에 다시 연락해 보지만 여전히 무응답이다. 다행스럽게도 네 번째로 올라오는 택시에서 내 휴..

암빙벽등반 2025.04.27

인수봉 [오이지(O.E.G.)슬랩, 의대길, 영(0)길] - 2025년 4월 23일(수)

어제는 하루종일 적잖은 봄비가 내렸다. 오늘 약속된 수요등반이 취소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날씨였다. 새벽에 눈을 떠보니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이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반가운 햇살을 받으며 도선사주차장에서 일행들을 기다리는 중에도 사방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범씨는 하루재를 넘어가서 인수봉의 상태를 보고 오늘의 등반코스를 결정할 것이라 했다. 암벽의 물길마다 물이 흐르는 것은 당연하고 크랙도 젖어 있을 게 뻔해 보였다. 대슬랩 좌측의 '오이지슬랩' 한 피치를 오르는 것으로 오늘 등반을 시작했다. 빤빤하고 짭짤한 슬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평일인데도 많은 클라이머들이 속속 대슬랩으로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도 오아시스로 이동하여 간단히 챙겨서 '의대길'에 붙었다...

암빙벽등반 2025.04.24

도봉산 봄꽃 산행 - 2025년 4월 19일(토)

언젠가부터 토요일 날씨가 등반 친화적이지 못하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어서 낮부터 내린다는 비가 아침부터 흩날린다. 암벽등반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우이동에서 도봉산을 향해 오른다. 우산을 받쳐들고 원통사까지 오른 후 비를 피할 수 있는 법당 처마 밑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신다. 구름에 갇힌 원통사 주변은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별 기대 없이 나선 산행이지만 등로 주변에 봄꽃들이 만발하여 기분은 한층 고조된다. 우이암 주변은 온통 진달래꽃 천지고 쓰러진 고목을 자양분 삼아 자라나는 새생명들을 보면서 캐나다 밴쿠버의 스탠리파크에서 보았던 자이언트세콰이어 숲이 오버랩된다. 생명의 자연적 섭리를 일깨운 소중한 순간이다. 운무 속에서 시야가 거의 없는 우이암을 등반 중인 클라이머들이 희미하게 포착된다. 물기 머금은..

국내트레킹 2025.04.20

[정우씨 환영등반] 인수봉 - 2025년 4월 16일(수)

이집트 건설현장에서 근무 중인 정우씨가 휴가를 나왔다. 빠듯한 국내 일정 중에 잠시 짬을 내어 인수봉 등반을 함께 하게 되었다. 구선생님은 감기 증세가 심하여 등반할 수 없는 몸상태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나와서 정우씨를 비롯한 일행들과 잠시나마 반가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도선사주차장 위의 데크는 평소에 민경씨와 함께 등반하는 분들까지 서로 인사가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물들었다. 하루재를 지나 나타난 인수봉의 전경 또한 화창한 날씨에 걸맞게 그 어느 때보다 선명히 빛나고 있었다. 해외에서 고생하느라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정우씨는 인수봉까지 접근하는 중에도 거친 숨을 몰아 쉴 정도로 힘겨운 모습이었지만,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해맑은 표정만은 여전했다. 정우씨가 귀국한다는 소식을 접한 후로..

암빙벽등반 2025.04.17

북한산 봄꽃 산행 - 2025년 4월 12일(토)

오후부터 비가 내릴 거라 했다. 바람도 세차게 불어서 벚꽃을 비롯한 봄꽃들이 모두 떨어질 거라 했다. 비가 오기 전에 산행을 마치고 싶었다. 이른 아침인 7시에 집을 나섰다. 북한산보국문역에서부터 정릉천을 거슬러 올라갔다. 벚꽃은 아직까지 그 풍성함을 잃지 않고 있었고, 보국문을 향해 오르는 등로 주변은 노랑제비꽃이 주인공이었다. 기대하지 않던 햇빛까지 비춰주니 들꽃의 앙증맞은 자태는 더욱 어여쁘게 빛났다. 대동문에서 진달래능선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3킬로미터가 넘는 길이의 능선길이 온통 분홍빛 꽃길이었다. 비 한방울 맞지 않고 노랑제비꽃과 진달래꽃이 마지막 열정을 불태운 꽃잔치를 원없이 구경했다.

국내트레킹 2025.04.12

경춘선 숲길과 우이천 벚꽃길 - 2025년 4월 11일(금)

내일부터는 세찬 바람을 동반한 요란스런 비가 내려 봄꽃들이 모두 떨어질 거라는 일기예보를 접한다. 다행히 오늘은 강의와 특별한 일정이 없고 날씨까지 화창하다고 하니 그간 맘 놓고 즐겨 보지 못한 봄꽃 구경을 나가보기로 한다. 아내와 함께 화랑대역에서 이어지는 경춘선숲길을 걷는 것으로 봄꽃 나들이를 시작한다. 철도공원을 거쳐 담터마을까지 옛 철길을 따라 조성된 도보길을 왕복하고, 중랑천변의 월계역 근처에 자리한 경춘선숲길 출발점까지 걷는다. 내친김에 우이천벚꽃길도 구경하고 오패산자락길을 거쳐 수유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오늘의 대장정을 마무리 한다. 만보기는 3만보를 훌쩍 넘겼다. 15km 이상은 너끈히 걸은 듯하다. 꽃향기를 따라서 충분히 걷고 화사한 봄꽃들의 향연을 원없이 즐긴 하루가 감사했다.

국내트레킹 2025.04.11

인수봉 - 2025년 4월 9일(수)

이틀 전인 월요일부터 인수봉 바윗길이 열렸다. 올해 들어 첫 인수봉 등반을 나서는 터라 살짝 설레는 마음이다. 하루재를 향해 오르는 등로에서 진달래, 개나리, 노랑제비꽃이 차례로 반겨준다. 하루재를 넘어서자 나타난 인수봉의 우람한 자태는 여전하다. 크로니길 아래의 베이스캠프에 올라서기까지가 버겁지만 기분만은 상쾌하다. 기범씨의 지도로 구선생님과 나의 장비를 세세히 점검하고 오토블록(Auto-Block) 매듭을 이용한 하강법을 정확히 익히는 것으로부터 등반을 시작했다. 다음으로 인수B길 항아리 크랙 좌측의 스플릿터(Splitter) 크랙까지 등반했다. 마지막으로 베이스캠프 위의 직상 크랙에서 톱로핑으로 크랙등반 자세를 연습했다. 좌측의 슬랩에서 연습하기 위해 기범씨가 두 줄로 구축해 놓은 톱로핑 시스템에서..

암빙벽등반 2025.04.11

수락산 대주암장 - 2025년 4월 6일(일)

금요일인 그저께 점심시간엔 동료 교수들과 캠퍼스를 산책하면서 봄꽃을 구경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어제는 하루종일 봄비가 내렸다. 제법 많이 내린 비는 두세 시간만에 둘레길 우중 산행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오늘은 비가 멎었으나 아침부터 구름 낀 하늘로 시작했다. 수락산 벽운계곡 주변은 진달래꽃이 한창이었다. 지난 겨울에 남양주시 청학리에서 수락산 정상을 찍고 배낭바위 능선으로 하산하면서 둘러본 적이 있는 대주암장을 찾아가는 발걸음은 힘겹지만 처음으로 등반할 암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은 설렌다. 발목이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동행해준 은경이와 암벽에서는 항상 믿음직한 기범씨가 함께 오붓하게 팀을 이루니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대주산악회 회원분들이 우리보다 일찍 오셔서 종일토록 베이스캠프를 정..

암빙벽등반 2025.04.07

수락산 내원암장 - 2025년 4월 2일(수)

이번 학기엔 수요일에 강의와 회의, 세미나 등의 일정이 잡혀있지 않다. 무엇보다 한적한 수요일에 암벽등반을 즐길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 기대감은 현실로 다가왔다. 올해의 첫 수요등반을 수락산 내원암장에서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인수봉과 선인봉 등 북한산 일대의 암벽장들은 봄철 해빙기 이용 금지 기간에 걸려 있는 상태이다. 기범씨, 구선생님, 나, 이렇게 셋이서 오붓하게 팀을 이루었다. 평일이라서 다른 팀들이 안 올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많은 클라이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고교 동문산악회에서 단체로 오신 김선생님도 반갑게 만날 수 있었다. 등반에 대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예상보다는 잘 오를 수 있었다. 그만큼 등반이 즐거웠던 하루였다.

암빙벽등반 2025.04.02